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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르 확장으로 BL 드라마의 대중화를 꿈꾼다, <시맨틱 에러> 마스터클래스 연사 김수정 감독, 이하은 기획 PD
정재현 2023-11-30

만들어진 지 1년이 훨씬 넘었고, 피칭이나 마켓에도 등장하지 않은 작품이 TCCF에서 화제를 모은 까닭은 대만 내 <시맨틱 에러>의 인기 때문이다. 작품의 바탕이 된 웹소설과 웹툰은 대만 최대의 프랜차이즈 서점인 성품서점의 번역문학 판매 순위에서 10위권을 기록했고, 포토 에세이북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밖에 주연배우의 생일 카페가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등 한국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작품에 참여한 김수정 감독, 이하은 기획 PD가 TCCF를 찾았다. 마스터클래스의 연사로 선 이들은 BL 드라마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시맨틱 에러>를 성공시킨 전략을 들려주었다.

- <시맨틱 에러>를 향한 대만의 반응이 뜨겁다. 인기를 체감하나.

김수정 나는 오늘 울 뻔했다.

이하은 <시맨틱 에러>의 팬들이 선물과 편지를 잔뜩 건네주셨다. 작품의 팬덤이 기획 PD의 선물까지 챙겨주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대만 팬들로부터 우리 둘의 캐릭터 그림을 선물받았다. 마스터클래스 일정이 곧이어 잡혀 있지 않았다면 나도 울었을 것이다. (웃음) 대만 내 BL 시장의 규모가 크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저 장르에 대한 관심으로 우리를 마스터클래스의 연사로 초청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맨틱 에러>의 인기가 정말 높았다. 오기 전까지만 해도 마스터클래스에는 방송 관계자나 창작진만 참석하는 줄 알았는데 대만 팬들이 객석을 가득 메운 걸 보고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

- BL 장르를 소비하는 대만 시청자들만의 특성도 알게 됐나.

이하은 대만에 와서 몇 차례 받은 질문이 “왜 한국 BL 드라마엔 스킨십이 없나”였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질문이라 확실히 BL이 대중화된 나라는 표현 수위에 있어서도 개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수정 <시맨틱 에러>의 다음 시즌은 언제 나오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한 장르를 파고드는 팬덤의 속성은 만국 공통인가보다.

- 마스터클래스에서 BL 콘텐츠의 대중화 전략 중 하나로 2차 창작 시장을 언급한 바 있다. 대만의 BL 콘텐츠 향유 방식에 관해 들은 바가 있나.

이하은 대만에서 만든 <시맨틱 에러>의 2차 창작물을 본 적 있느냐는 대만 기자들의 질문으로 미루어볼 때 대만에도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는 듯 보인다. BL 콘텐츠의 대중화 전략으로 TV드라마의 전통적인 플롯을 활용하는 법을 제시했는데, 이미 대만은 BL 장르가 대중화되어 있어 우리의 전략이 안 먹힐 수도 있겠더라. 대만콘텐츠진흥원의 회장과 스트리밍 플랫폼의 임원이 직접 감사 인사를 건네고, 자국 BL 장르에 대한 자부심과 장르 확충을 위한 투자 전략을 들려줄 때 무척 생경했다. 국가 공무원과 대기업 임원이 LGBTQ+ 콘텐츠의 다양성을 논하는 풍경이라니!

- 이번 대만 방문을 통해 BL 드라마가 나아갈 길을 모색했을 듯한데.

이하은 BL 드라마에 장르적 변주를 준다면 하이틴물이나 로맨틱 코미디 정도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만엔 이미 추리극이나 범죄 수사극 등 장르물의 외피를 두른 BL 드라마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도 장르 확장을 시작하면 BL의 대중화가 본격화되지 않을까 싶다. 가령 SF 장르를 좋아하는 시청자가 자신의 취향대로 작품을 고르다 BL 장르에 눈뜨는 날도 오지 않을까. 이번 출장을 통해 대중을 상대로 저변을 넓히는 것만이 대중화의 길이 아님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