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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괴하고 기묘하게, ‘선산’ 민홍남 감독
이자연 2024-01-25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의연해 보였던 민홍남 감독이 대화를 마치자마자 남긴 말이었다. <부산행> <염력> <반도> 등 연상호 감독 작품의 조감독 출신인 그는 처음으로 감독란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제작보고회와 인터뷰에 담긴 애정 어린 답변에는 이제 막 자기만의 요새를 처음 완성한 사람의 설렘과 걱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가 이번 작품을 맡게 된 건 토속신앙과 가족 미스터리의 결합이 새로운 화학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선산의 의미를 잘 아는 중장년층부터 이 단어와 친하진 않지만 미스터리 스릴러에 장르적 친밀도가 높은 어린 세대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로 끌고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명확하고 노골적으로 던지는 작품이라는 점이 좋았다.” 첫 시리즈 작품을 앞두고 걱정도 앞섰다. 같은 패턴, 비슷한 색깔의 작품으로 한정되지 않도록 차별점을 생각하는 데 오랜 공을 들였다. “연상호 감독님과 기획 단계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눴던 건 영화 <트윈 픽스: 더 미씽 피시즈>였다. 기괴하고 기묘한 마을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많은 논의를 거쳤다. 특히 영화의 기본적인 톤 앤드 매너를 잡기 위해 신경 썼다. 은연중에 캐릭터의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그렇다. 인물이 덩그러니 놓인 장면이라든지 클로즈업 없이 풀숏으로 담는 장면에서도 주요 감정이 배어들길 바랐다.”

민홍남 감독은 현장에 강한 감독이다. 길었던 조감독 생활이 그에게 남긴 자산이다. “촬영을 원활하게 이어가는 순서나 효율적인 세팅 과정 등을 잘 알기에 현장을 지휘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정확히는 이런 것에 무척 익숙하다. (웃음) 내 강점은 장소 헌팅이다. <선산>의 아름답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 지역을 찾는 게 무척 중요했다. 장장 4개월여의 시간을 로케이션 찾는 데 쏟았고 최종적으로 당진, 군산 등지를 찾아냈다.” 영화와 달리 시리즈물에선 시청자의 관심을 다음 화로 이어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호기심과 관심을 다음 편으로 유지해야 시청자가 세계관을 이탈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경한 미션이었다. 이에 민 감독은 <선산>이 지닌 장르적 긴장감을 십분 활용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임팩트를 어떻게 끝에 몰아줄지를 계속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밀도 있게 몰아가다가 중간에 확 끊어버리는 느낌을 선택했다. 일종의 영상적 암전과 같다. 막무가내로 감정을 끊어버리는 게 아니라 에피소드가 잘 마무리되도록 정리하는 것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선산>은 가족이라는 집단을 말하지만 그 안에 담긴 구성원 각각의 이야기를 다각도로 비춘다.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시선, 각자의 욕망, 그럼에도 하나의 가족으로 귀결되는 모순. 한국적인 소재와 메시지에 입체적인 인물이 더해나가며 민홍남 감독의 세계관이 시작된다. <선산>이 궁금하면서도 불편하고, 마음이 찌뿌듯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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