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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희순표 형사를 직조하다, ‘선산’ 배우 박희순
정재현 2024-01-25

박희순은 ‘파출소’가 더없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그에게 연기상을 안겨준 영화 <세븐 데이즈>와 <1987>을 포함해 영화와 드라마에서 총 6번 형사(혹은 경찰)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선산>의 최성준은 박희순이 연기한 7번째 형사다. 또 형사 역할을 맡는 데에 우려가 없었냐는 질문에 박희순은 “왜 없었겠나”며 호탕히 웃었다. “그래서 미팅 때 감독님에게 ‘그간 내가 연기한 형사들과 차별점이 있어야 <선산>에 합류하는 타당성이 생긴다’고 말씀드리기도 했다. 가족사의 비극이 있는 캐릭터라면 이전의 형사들과 차이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를 살릴 수 있는 감정의 결을 보완해달라 감독님에게 요청했고 1주일 만에 수정 대본을 받아 보니 완전히 다른 흐름을 가진 이야기가 돼 있었다. 역시 ‘연상호 유니버스’더라.” <선산>과 박희순의 첫 만남에서 보이듯, 최성준 형사는 그간의 형사들과 차별점을 두려는 박희순의 여러 아이디어로 더욱 풍부해졌다.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었던 무수한 형사들이나 <선산>의 다른 형사들과 달리 최성준은 탐문, 기록 등 수사에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는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에 만들어진 작품의 동시대성을 반영한 박희순만의 디테일이다. 그렇게 박희순은 “감독님에게 요청해 작품에 쓰인 사진 자료를 받”은 후 “수사용 사진을 직접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는 정성을 들이며 박희순만이 연기할 수 있는 새로운 형사를 만들어갔다.

최성준 형사는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윤서하(김현주)의 작은아버지가 당한 변고를 추적하며 <선산> 전체를 지배하는 사건의 실체에 근접해간다. 끔찍한 비극을 연이어 겪은 성준이지만, 그는 누구의 지시 없이도 지독하고 성실하게 수사를 진척한다. 그리고 ‘혈연’이라는 비극의 키워드를 공유하는 서하의 고통을 해결하려 백방으로 뛴다. 전작 드라마 <트롤리>에서 김현주와 애증의 부부로 분했던 박희순은 <선산>에서 김현주와 재회한 첫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탐문 수사 신을 찍는 날이었다. 나보다 일찍 촬영에 들어간 김현주 배우가 이미 서하화(化)되어 있어 내심 서운했다. 우리가 그래도 이전엔 부부였는데! (웃음) 그런데 첫신을 찍자마자 김현주 배우가 울음을 터뜨렸다. 본인도 <트롤리>의 감정을 잊고 <선산>의 서하에 몰입하기 위해 애썼는데 촬영장에서 내 얼굴을 보자마자 전작의 감정이 바로 올라왔다고 하더라.”

박희순은 <마이 네임>의 선풍적인 인기를 시작으로 <모범가족>(넷플릭스), <Dr.브레인>(Apple TV+) , <무빙>(디즈니+) 그리고 <선산>까지 OTT 플랫폼의 수많은 히트작에 꾸준히 출연 중이다. 끝없이 변동하는 미디어 지형 속에서 박희순은 배우로서 OTT 시리즈가 갖는 장점을 적극 활용한다. “<마이 네임>을 찍었을 때부터 OTT 릴리스 작품에 대해 좋은 느낌이 있었다. 한국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동시다발적인 리액션을 받을 수 있다는 짜릿함이 특히 남다르다.” 그렇다면 배우 박희순을 계속 연기하게 만드는 힘은 수용자들의 리액션일까. 박희순은 당연하다는 듯 이어 말한다. “내 연기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내가 표현하려는 바가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 계속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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