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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달라진 소비 패턴, 콘텐츠도 변화한다, 숏폼 열풍과 경계 흐려진 OTT 플랫폼·극장 시장 분석
이자연 2024-02-02

앞으로 극장 산업은 어떻게 변할까. 2023년은 그간의 영화 흥행 공식이 대부분 비껴가는 해였다. “성수기와 비성수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공통된 의견을 바탕으로 “고예산 블록버스터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장르의 소재와 작품”이 주목을 이끌었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다. 여름과 추석 등 기존 성수기를 노린 텐트폴 영화는 관객으로부터 냉랭한 평가를 받았지만 “<> <달짝지근해: 7510> <30일> 등 제작비 50억원 미만의 영화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 배경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변화한 콘텐츠 소비 패턴을 근원적 원인으로 꼽은 의견이 다수 나왔다. 긴 침체기를 통과하는 극장의 대안처럼 떠올랐던 OTT는 그들만의 뜨거운 리그 속에서 생존을 모색 중이다.ㅁ 오리지널 시리즈 외에 다양성을 반영한 새로운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다는 산업 내 목소리가 두드러지는 이유기도 하다. 숏폼 영향권에 들어선 1020세대의 콘텐츠 소비 패턴도 시장에 변화를 일구고 있다. 콘텐츠 포맷, 상영 방식과 시청 방식 등 기존의 프레임이 흐려지는 지금 콘텐츠간의 경계는 사라지고 있다.

숏폼 콘텐츠, 이제는 막대해진 영향권

여가 활동의 기본 선택지 중 하나였던 영화 감상은 OTT 플랫폼과 숏폼 콘텐츠 보편화와 함께 그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엔데믹 이후 오프라인 활동에 대한 욕구는 강해졌지만 그 활동 내역에 영화 감상이 예전처럼 필수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극장이 아니더라도 영화에 상응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빨리 감기와 유튜브 요약본 보기 등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두 시간여 동안 수동적으로 앉아 있어야 하는 극장 환경”이 전보다 덜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다수의 설문 참여자들은 숏폼 콘텐츠의 성장이 문화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짧은 시간 안에 명확한 기승전결을 제공하는 숏폼 콘텐츠에 대중이 환호하면서 산업 전반에 짧고 집중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막힘 없이 빠르게 이어지는 전개, 자극적인 포인트를 조명한 시퀀스 등 숏폼의 특징은 영화나 시리즈와 다른 또 다른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산업적으로도 숏폼이 강세다. “간접광고 시장이 크지 않은 영화와 달리 어떤 간접광고도 쉽게 접목할 수 있는 숏폼”은 상대적으로 수익 창출에 용이하다. 마케팅 관점에서도 숏폼은 활용도 높은 포맷의 콘텐츠다. “영화·드라마 등 비숏폼 콘텐츠들도 결과적으로 홍보 목적의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참여하면서 이 형식의 유효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숏폼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빠르게 소비되는 만큼 빠르게 잊히고”, “쉴 새 없이 도파민을 자극하는 방식은 콘텐츠 시장을 단순하고 천편일률적으로 만들고”, “전통적인 영화·드라마의 한계를 깨는 시도로서 유의미하지만 서사적 완성도를 위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에 해당한다.

치열한 경쟁 구도에 오른 OTT 시장

팬데믹 기간 동안 비어 있던 극장을 대신한 OTT 플랫폼은 이제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좁은 내수시장에 비해 넘치는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OTT 플랫폼, TV 채널은 고유한 경쟁력을 확보한 곳들 위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로서 기능하기보다 다양한 장르와 문화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개발해 차별점을 두는 게 각 OTT 플랫폼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용자들이 평균 2.69개의 OTT를 구독한다는 조사 결과처럼 다중구독이 하나의 소비경향으로 떠오르지만 콘텐츠 출현에 따라 단기결제로 이동하는” 풍경을 적잖게 볼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구독자 수 감소를 두고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신규 구독자 유입에 집중하기보다는 현재 구독자 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됐다. 또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활용한 해외 세일즈를 강화하는 방식의 수익 구조 개선”도 필요한 시점이다.

2023년의 OTT 시리즈 시장이 다소 조용하게 흘러간 데에는 기존 제작 공식과 흥행 문법에 의존해서라는 분석이 두드러졌다. “기대작이었던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기존 작품을 답습하는 데 그치면서 시청자의 외면으로 이어”졌고, “캐릭터는 사라진 채 사건과 컨셉 위주로 흘러가는” 한계가 언급됐다. 이에 따라 “버라이어티 예능, 테마 다큐, 스포츠 중계 등 비스토리 콘텐츠가 스토리를 대체하며 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도 눈에 띈다. “OTT 플랫폼이 태생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매대에 올리는 것”을 주요 과업으로 삼는 동시에 “시리즈 제작비 증가와 OTT 시장 경쟁의 심화”라는 현 상황이 다른 활로를 모색할 발판이 될 거라는 예측이다.

극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2023년의 다소 우울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설문 참여자 중 다수가 극장가의 희망을 말했다. 그저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바람에서 비롯한 답변이 아니다. “콘텐츠 소비자는 이제 유행이나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다. 콘텐츠 소비는 다양한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서울의 봄>이나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지난해의 흥행작이 말해주듯 그 작품이 가진 본질만 잘 전달한다면 소비자들도 그에 따라 반응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이전보다 극장 문턱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잘 만든 작품은 그래도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대중적 인식이 강해진 결과다. 다만 이 과정에 “예산 규모나 배우 패키지, 스타 감독에 의해 의무적으로 작품을 찾지 않고 1인 관객의 취향을 적중했는지” 따지게 된, 이전과 달라진 특징이 두드러진다. 자성을 재촉하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극장에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극장 관객수나 스크린 수가 급격하게 줄지 않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아나서는 대중의 성향 또한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2억명 관객 시대와 비슷한 수치이지만 그 시대에 문화업계 전체가 호황에 매몰돼 있었”다는 영화산업 전반의 관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올드한 기획”에 관한 논의도 거론됐다. 이들은 “예측 가능한 감동, 틀에 짜인 이야기 흐름”은 “세대 변화를 반영하지 않아 영화 주요 소비층인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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