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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21 前대선후보 정몽준
2002-11-29

문화콘텐츠진흥사업을 통폐합하겠습니다.

<씨네21>은 지난호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이어 두 번째로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를 인터뷰했습니다. 이번 연쇄 인터뷰의 목적은 12월1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각 정당들의 영화영상 관련 정책의 밑그림을 미리 살펴보는 것입니다. 덧붙여 대통령 후보들의 문화적 소양이나 문화관까지 독자들이 엿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단, 각 후보의 의사와 사정을 반영해서 직접 만나거나 서면으로 하거나 둘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후보마다 달리 인터뷰가 이뤄질 수밖에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편집자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11월15일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어느 때보다 숨가쁜 한주를 보냈을 것이다. 이는 후보 단일화 방안을 위한 양쪽의 실무 협상의 진행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무산 위기-협상 재개-막판 진통 등 향배를 쉽게 점칠 수 없다는 언론의 관측들이 일주일 사이 연이어 쏟아졌다. 그랬으니 국민통합21쪽에서 “정 후보와의 대면인터뷰는 도저히 어려울 것 같다”면서 11월20일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만을 보내온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씨네21>은 서면 답변을 받은 직후, 다소 추상적이거나 뜻이 분명치 않은 일부 답변에 대해 추가 질의했으나, 정 후보쪽은 “현재 민주당 노 후보와의 여론조사를 앞두고 있는 데다 앞으로 일정이 촉박하다”며 답변에 난색을 표시했다. 결국 인터뷰는 1차 서면문답으로 이뤄졌다.

문화 관련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습니다.

→ 21세기는 문화시대입니다. 문화의 발전은 특정기술개발이나 집중적인 투자 등 의도나 의지에 따라 단기간에 활성화되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 인프라를 갖추고 장기간 투자해야 문화와 문화산업은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산은 장기적 투자를 전제로 전체예산 대비 최소한 2% 이상은 돼야 하며 영화진흥금고에 대한 추가 출연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문화발전을 위해 문화중흥 5개년 계획을 세워 예산확보와 구체적 문화예술진흥방안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겠습니다.

현 정부는 스크린쿼터 유지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6월30일 WTO 회원국 23개국에 대해 양허요청안을 제출했습니다. 이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미국, 중국 등의 스크린쿼터 폐지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 스크린쿼터제는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다만 국내 영화의 해외진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장기적으로는 축소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스크린쿼터제와 같은 직접적인 방안보다는 국내 영화의 제작이나 마케팅, 해외진출, 극장건립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간접적인 방안이 좀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미투자협정에 대해선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신지요.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이 역시 스크린쿼터제를 문제삼게 될 텐데요.

→ 한-미투자협정은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를 촉진시키고 국내 기업의 신인도를 제고함은 물론 우리 기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미투자협정 체결에 있어 미국이 고집하는 스크린쿼터제 폐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우리의 상황과 여건을 잘 설명하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쉬쉬하고 덮어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설득하면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국제외교라고 생각합니다.

주5일근무제 도입은 국민들의 문화향수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후보께선 어떤 입장이신지요.

→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만 정부와 노사가 시간을 갖고 좀더 연구하고 검토하여 국민을 위한 정책목적에 최대한 부합되도록 입법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주5일제가 본격 시행되면 국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는 커질 것입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합니다. 문화시장의 급팽창에 따라 많은 부분이 시장논리에 의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특정계층이나 특정분야의 문화진흥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노년층을 위한 문화공간이나 콘텐츠, 순수예술분야와 전통예술분야, 일부 마니아 중심의 문화, 새로운 문화조류, 세계적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는 분야 등 인기가 없거나 전략적 육성이 필요한 분야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정부의 문화기구 지원에 있어 자율성 보장은 필수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만 하더라도 정부가 예산승인권을 갖고 있어 핵심 사업 추진에 여러 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 영진위의 자율성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율성이 주어져야 책임있고 소신있는 행정이 가능합니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를 문화콘텐츠진흥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문화콘텐츠 육성 및 지원에 대해 정통부와 문화부간 영역싸움이 있고 이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여러 부서에서 산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문화콘텐츠진흥사업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통폐합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른바 밥그릇 싸움으로 비슷한 기능의 조직이 산재하면 오히려 예산이나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올해 칸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이 감독상을 받는 등 한국영화에 대한 해외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 상도 많이 받고 있고 또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개봉된 영화가 국내에서도 성공하고 외국에도 높은 값으로 판권이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의 한류 열풍도 한국영화의 세계화에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비단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를 세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영화 차원을 넘어 문화라는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주요 국가에 한국문화관이나 한국문화단지, 코리아타운 등을 설립하거나 지원을 확대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 일본정원(Japanese Garden)이 많이 있고 이것이 일본 문화를 세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중국의 차이나타운은 세계 주요 도시에는 모두 있습니다. 좀더 크게 보고 추진하겠습니다.

지금 한창인 부산국제영화제 이외에도 부천, 광주, 전주 등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매년 이들 영화제의 경우, 정부의 지원금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 사실 국내에는 국제영화제가 많이 있는데 아직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영화제는 없는 형편입니다. 현재 열리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점차 주목받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칸이나 로카르노, 베니스 등의 영화제에 비해서는 솔직히 모자라단 생각이 듭니다.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든 영화제가 국제화를 추진하다 하나도 안 되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영향력 있는 국제영화제로 만들어놓으면 한국영화제의 입지는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도 영화제별로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장르별, 지역별 특화에 좀더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에도 표현의 자유 침해에 관한 논란이 영화계 안팎으로 일었습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에 두 차례 제한상영가 결정을 내려서인데요. 후보 개인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고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표현의 자유는 어려운 문제라 생각합니다. 다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가 문제라 생각합니다. 가급적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간접적인 규제, 즉 표현물이 노출되는 통로나 방식, 노출되는 계층에 대한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힙니다. 대표적으로 상영등급을 엄격히 하고 그에 대한 감독과 관리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죽어도 좋아>의 경우) 노부부의 성도 노인들이 보면 자연스럽고 정당할 거라 생각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느냐는 문제는 법원의 판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표현물에 대한 판례가 매우 빈약한데다, 검찰이나 경찰이 표현물에 대해 수사할 때 구속 수사로 진행해서 법원 결정 이전에 사전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곤 하는데요. 표현물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으로 한다는 방침을 천명하실 의향은 없습니까.

→ 표현물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으로 되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사고의 자유, 창작의 자유라는 본래의 취지를 넘어 지극히 상업적인 이유나 특정의 목적을 가지고 제작되는 것은 엄격히 규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영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90년대 중반에 나왔던 것 같은데, 한편을 고르라면 <태백산맥>입니다. 이 밖에 <벤허> <쉰들러리스트> <해리가 샐리가 만났을 때> <안네의 일기> <쉬리> 등도 재밌게 봤습니다.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들을 들라면 임권택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찰턴 헤스턴, 안성기씨라고 답하는 이유도 앞의 영화들에 대한 기억이 남달랐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