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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열리는 장 뤽 고다르,그 여백의 영화세계 <5>
2002-12-12

썩은 세상,나는 영화를 가지고 싸운다

알파빌 Alphaville, une Strange Aventure de Lemmy Caution1965년 ┃ 100분 ┃ 출연 에디 콩스탕틴, 안나 카리나

로베르토 로셀리니,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등이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로고팍>(1962)에 포함된 고다르의 영화는 20분짜리 <신세계>였다. 이것은 근처에서 일어난 원자폭탄 폭발의 여파로 인해 갑자기 완전히 바뀌어진 세계가 된 파리에 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미래세계를 다룬 고다르식의 SF영화였던 셈인데, 이 장르에 대한 고다르의 탐사는 3년쯤 뒤 <알파빌>에서 완전한 형태로 이루어지게 된다. 원제가 <알파빌, 레미 코숑의 이상한 모험>인 이 영화는 비밀 정보원 레미 코숑이 알파 60이라는 컴퓨터가 지배하는 낯선 도시 알파빌에서 벌이는 말 그대로 이상한 모험을 다룬다. SF영화의 세계에 탐정영화와 로맨스영화의 틀을 겹쳐놓은 <알파빌>은 분명 독재사회 분석과 그것에 대한 다소 낭만적인 반항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한편으로 이 영화는 같은 해에 만들어진 <미치광이 피에로>와 함께 고다르의 시적인 표현이 두드러진 영화로 꼽히기도 한다. 일례로 어떤 이들은 이 영화가 시적 표현의 정상에 도달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미치광이 피에로 Pierrot le Fou1965년 ┃ 103분 ┃ 출연 장 폴 벨몽도, 안나 카리나

부르주아 속물 근성이 몸에 밴 아내가 지겨워진 페르디낭은 옛 애인이었던 마리안과 함께 리비에라 해안가로 도피한다. 마리안은 도회지에 나가 춤을 추고 싶어하지만 페르디낭은 해안가에서 글을 쓰고 싶어한다. 영화는 마리안의 능동성과 활동적인 삶, 그리고 페르디낭의 수동성과 정관(靜觀)적인 삶 사이의 긴장에서 추동력을 얻는다. <미치광이 피에로>는 고다르의 표현대로 “최후의 로맨틱한 커플”(le dernier couple romantique)을 다룬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다르의 다른 많은 영화들처럼 그가 쓴 에세이이기도 하다. 미리 쓰여진 시나리오 없이 “완전히 자발적으로” 적은 에세이. 여기서 고다르는 실존적인 비애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광고와 정치적 폭력 등에 대해 통찰력 빛나는 코멘트를 던지기도 한다. 이 영화를 언급하면서 놓칠 수 없는 것 가운데 또 하나는 시적 리듬이다. 한 평자는 <미치광이 피에로>에서 고다르는 영화를 잃을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시적 리듬을 고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성/여성 Masculin F minin1966년 ┃ 103분 ┃ 출연 장 피에르 레오, 샹탈 고야

<남성/여성>에서 고다르는 다음과 같이 쓰인 자막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영화를 간명하게 요약한다. “이 영화는 ‘마르크스와 코카콜라의 자식들’이라고 불릴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남성/여성>은 바로 그 세대에 대한 연구와도 같은 영화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페르소나 장 피에르 레오가 연기한 폴은 연애에 대해서건 아니면 다른 무엇에 대해서건 로맨티스트라고 불릴 만한 인물이다. 한편 그가 사랑하는 여인 마들렌은 팝스타로서의 성공만을 중시한다(이 캐릭터를 맡은 샹탈 고야는 실제로 60년대 중반 프랑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예예’(y y )뮤직의 잘 알려진 가수였다). 영화는 이 둘과 그들의 친구들을 관찰하면서 남성-여성 관계의 불가능성과 동시대 예술과 음악의 상업주의 등에 대해 탐구한다. 스타일면에서 윌리 쿠랑(라울 쿠타르가 아닌)이 촬영한 이 영화는 롱테이크에 대한 고다르의 깊은 애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고다르의 마지막 흑백영화.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두세 가지 것들 Deux ou Trois Choses que je Sais D'elle1966년 ┃ 90분 ┃ 출연 마리나 블라디, 안니 뒤 프레이

영화는 고다르가 지극히 낮은 목소리로 브레히트를 인용하는 배우 마리나 블라디와 그녀가 연기하는 캐릭터 줄리에트 장송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영화는 고다르의 중요 주제 가운데 하나인 매춘에 빠져들고마는 그녀를 따라간다. 그러나 그녀 줄리에트가 이 영화가 지칭하는 유일한 ‘그녀’는 아니다. 은밀히 속삭이는 듯 까다로운 사색의 편린들을 토해내는 고다르는 그녀의 발걸음 사이사이에다가 현대사회에 대한 다양한 소묘들을 끼워넣었다. 그렇게 해서 고다르는 ‘그녀’란 다름아닌 변모해 가는 파리임을, 잔혹한 자본주의임을, 아둔한 소비주의임을, 결코 멀지만은 않은 베트남임을, 그리고 인식론적 패러다임으로서 구조주의 등등임을 알려준다. 영화로 쓰여진 일종의 사회학적 에세이이면서 그 모든 것에 대한 성찰인 이 영화는 정치에 본격적으로 경도되기 이전 시기의 고다르 영화들 가운데 지적으로 가장 풍부한 것으로 꼽을만한 작품이다.

중국여인 La Chinoise1967년 ┃ 96분 ┃ 출연 안 비아젬스키, 장 피에르 레오, 줄리에트 베르토

<중국여인>은 1967년의 여름 동안 파리의 한 부르주아 아파트에서 같이 살면서 진정한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마오이즘을 학습하고 테러를 통해 학습한 바를 실천에 옮기려는 다섯명의 혁명가들에 대한 영화다. 브레히트적 방식을 받아들여 써내려간 이들에 대한 거의 자발적이라고 할 보고서를 통해 고다르는 관객으로 하여금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중국여인>은 발표되자 일부로부터는 뜨거운 지지를 받았고 또 다른 쪽으로부터는 ‘정치적 판타지’에 불과하다며 냉대받았다. 여하튼 이듬해 영화 속에 보여진 것이 현실로 나타나자 많은 사람들은 고다르의 정치적 예견력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 영화에는 안 비아젬스키가 연기한 베로니크와 실제의 철학자 프랑시스 장송이 기차에서 벌린 토론을 담은 꽤 긴 유명한 시퀀스가 나오는데, 뒤에 클레르 드니는 이것을 참조해 옴니버스 영화 <텐 미니츠 첼로>(2002)의 한편을 만들기도 했다.

영화제 열리는 장 뤽 고다르,그 여백의 영화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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