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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테크니션,희대의 사기꾼 장이모를 비판한다 [4]
2003-02-04

어느 영화평론가의 고백,영리한 감독 장이모와 <영웅>이 불쾌한 까닭은?

장이모 감독이 말하길

산업적인 야심_ 영화산업이 발전하려면 주류영화와 예술영화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야 한다. 예전에 예술영화를 많이 찍었는데 <영웅>은 상업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도했다. <영웅>을 계기로 많은 중국인들이 극장을 찾고 있지만 중국인에게 중국영화를 보게 만드는 것이 나의 목적이기도 하다. <영웅>은 개봉 1주일 만에 1억, 2주일 만에 2억위안를 넘어서는 성공을 거뒀다. 영화를 안 보던 사람들이 극장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쉬리> 이후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처럼 <영웅>이 중국에서 <쉬리> 같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_ 이번 영화에선 내가 각본을 직접 썼다. 이전엔 소설을 기초로 쓴 영화가 대부분이다. <영웅>의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이 복수를 하려는 이유를 보여주지 않는다. 나중엔 설명이 되긴 하지만 일반적인 복수극의 절반에 해당하는 대목을 생략함으로써 <영웅>은 복수를 포기하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진정 용기가 필요한 것은 복수를 포기하는 순간이다. <영웅>은 집착이나 욕심을 포기하는 용기에서 협의 정신을 발견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협은 이외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 우정, 애국심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갖고 있지만 <영웅>에서 주목한 것은 그런 점이다.

스타일_ 음악감독 탄둔은 <영웅>을 ‘오페라’라고 불렀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중국의 전통예술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였다. 전통예술을 차용한 것은 세 가지로 나눠서 얘기할 수 있다. 첫째는 경극에서 차용한 소리이다. 검과 칼의 소리와 기합소리에서 경극의 요소를 사용했다. 두 번째는 인물과 환경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빗물, 바람, 나뭇잎, 호수 등 여러 가지 풍경이 인물과 겹쳐져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려 했다. 세 번째는 무협영화지만 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칼로 베고 찌르는 동작이 있지만 피는 나오지 않는다. 폭력에 대한 절제된 묘사도 중국 전통예술의 한 측면이다.

양조위, 장만옥_ 양조위와 장만옥은 홍콩에서 가장 좋은 배우들이다. 특히 장만옥과는 오래 전부터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외국에서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언젠가 꼭 작품을 같이 하자고 말하곤 했다. 나의 예전 영화들은 중국의 농촌을 무대로 삼은 게 많아서 장만옥을 쓰긴 어려웠다. 이번엔 무협영화라서 장만옥을 캐스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조위와 장만옥은 <화양연화>에서 드러나듯 연인을 연기하는 데 가장 조화로운 파트너이다. 이 두 사람만이 짧은 시간 안에 연인의 모든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웅>은 인물마다 등장하는 시간이 20∼30분에 불과한데 그런 짧은 시간에서도 연인의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양조위, 장만옥뿐이다.

중국 내의 <영웅> 비판에 대해_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웅>에 대한 찬반논란은 매우 정상적이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어떤 중국영화도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은 적이 없다. 그리고 지하전영(독립영화) 감독들이 나의 영화를 안 좋게 보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들은 예술영화를 만드는 감독들로서 내가 예술영화를 버리고 상업영화를 택했다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산업은 여러 가지 영화가 공존해서 발전할 수 있다. 젊은 감독들도 내 연배가 되면 내가 <영웅>을 만든 것을 이해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이 있어야 영화가 있다는 점이다. 관객이 없으면 영화는 죽는다. 지금 중국 영화계가 힘든 상황에 있는데, 예술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이 있어야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다. 남동철 namd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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