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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신인감독 출사표 - <라디오 스타>의 이철하 [4]
이영진 2003-02-14

CF계 100만불의 사나이, 충무로로 가다 | 출사표4 - <라디오 스타>의 이철하 감독

이러다 감독됐지요

1997년, 광고회사 코래드에 몸담고 있던 시절, 이철하(33)는 무서울 게 없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일찌감치 근성을 인정받아 특채로 프로듀서 직책을 얻었고 이후에도 승승장구, 남들보다 먼저 광고업계의 꽃이라 불리는 자동차 광고 제작을 따냈던 그는 두려움을 몰랐다. 첫번째 자동차 광고를 제작하면서 연출료만 100만달러를 호가하던 콧대 높은 마이클 베이 감독을 픽업하겠다고 무모하게 나선 것도 그 때문. 거액의 개런티 문제로 거래는 결국 성사되지 못했지만 감독 섭외를 위해 벌였던 잦은 해외 출장은 그에게 엄청난 자극을 줬다.

당시 그가 드나들던 프로파갠더는 마이클 베이를 비롯, 데이빗 핀처, 마크 로메닉 등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넘나들며 에너지를 뿜어내는 할리우드의 에너제틱한 감독들을 키워낸 프로덕션. “영상작업을 한다면서도 제대로 된 비주얼 교육 한번 받지 못했다”는 그의 오랜 콤플렉스는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감독들을 대면한 직후 곪아 터졌다.

또 한번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함을 느낀 그는 돌아오자마자 “나이트클럽에서까지 먹어주던” 명함을 미련없이 버리고 곧장 유학 길에 올랐다. 그러나 영화에의 뒤늦은 입문은 만만치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오브아트칼리지 석사과정에 응했지만, 대학쪽은 6개월 내에 단편영화를 찍어오면 이를 심사해서 최종 입학을 허락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 무렵 IMF가 터진 때라 굶기를 밥먹듯이 하며, “나홀로 캠들고, 나홀로 붐들고” 만든 작품이 <칫솔>. “칫솔의 시점으로 한 남자와 그를 지나쳐가는 연인들의 모습을 재치있게 담은 뮤지컬코미디”로 학교에 발을 들인 그는 이후 내놓은 <The Confessional> 등으로 에미상을 주관하는 TV예술과학협회의 ‘컬리지 TV상’을 2년 연속 수상, 주목을 받는다. “방법을 몰라 망설이던” 충무로 행에 기꺼이 도움을 준 이는 이현승 감독. 샌프란시스코에서 여행중이던 그를 우연히 만난 것이 인연이 돼 이철하 감독은 <시월애> 연출부로 합류하게 된다. 당시 우노필름에서 만난 이들은 지금도 그에겐 여전히 소중한 동료들. 귀국해서 GOD의 <거짓말>을 시작으로 양동근, 보아 등 유명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던 그에게 “시나리오 쓴다더니 뭐하는 거냐”라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데뷔를 위해선 “자극적인 소재를 원하는” 충무로의 구미에 맞춰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잦을 무렵 그는 조우필름에서 제작실장으로 일하는 선배가 창립작품의 감독을 물색하고 있다며 주선해 준 자리에 떠밀려 나갔다. 그때 받아 든 시나리오가 <라디오 스타>의 초고인 <도둑맞은 편지>. “무엇보다 중심인물이 여성”이라는 점이 호기심을 끌었다. 그가 쓰고 있던 시나리오들 거개가 여성 캐릭터였던 것. “남성이라 서툴지 모르지만 독특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그의 욕심을 지핀 셈이다.

“주 배경이 라디오 방송국이라는 제한된 공간이긴 하지만, 오히려 정면에선 보지 못하는 인간 군상의 가려진 배면까지 관찰하고 또 이를 표현하는데는 더욱 효과적인 설정”이라는 판단도 연출 제의를 주저없이 받아들이게끔 했다.

이렇게 할랍니다

이철하 감독은 관건이 디테일한 연출에 있다고 본다. “30대 남녀의 로맨틱 성장영화”라는 컨셉이 분명한만큼, “극중 시시때때, 미묘하게 변화하는 캐릭터들의 감정의 주파수를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첫번째 과제. 이를 넘어야만 “어긋남 없는 생방송처럼” 전체 극을 속도감 있게 요리할 수 있단다. 물론 그 혼자 모든 방법을 강구할 순 없는 일. 장면별 인물 배치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카메라 무빙까지 포함하는 사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토리 보드 작업을 하는 것도 “모든 배우와 스탭들이 현장에서 자신이 뭘 찍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게끔” 돕기 위한 방편이다. “다들 감독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만 현장이 좀더 타이트하게 굴러갈 것”이라는 이철하 감독은 “<라디오 스타>가 앞만 보고 달려가는 도시인들에게 한번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쉼터 같은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희구도 잊지 않았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 사진 조석환 sky0105@hani.co.kr·일러스트레이션 김성희

<라디오스타>는 어떤 영화? 로맨스의 주인공이 누구냐

존폐위기에 내몰린 ‘라디오 스타’ 방송국. 마지막 남은 프로그램 <뮤직레터>를 살리기 위해 능력이 검증된 정영우 PD가 투입된다. 그러나 영우의 등장으로 조명원 PD는 2선으로 밀려나게 되고, 그는 급기야 영우를 골탕먹일 목적으로 러브레터를 방송국에 보내게 된다. 누가 보낸 것인지 모르는 거짓 러브레터에 영우가 흠뻑 빠질 무렵 그녀를 비웃음의 대상으로 만든다는 계획. 한편 후배 명원의 부탁으로 러브레터를 대필하는 작가 강주호는 영우를 관찰하다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영우는 게스트인 음악평론가 유한석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다고 착각하고서 급기야 자신의 연정을 담은 답장까지 쓰게 된다. 어쨌든 달콤한 러브레터가 오가는 동안 “로맨스의 주인공이 누구냐”는 청취자들의 궁금증이 빗발치고, 바닥을 기던 <뮤직레터>의 청취율은 껑충 뛰어 오른다.●●● 제작 조우필름 출연 캐스팅중 5월 크랭크 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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