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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5일 폐막한 제5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5]
최수임 2003-02-28

이거 경쟁작 맞아?

베를린의 이변과 화제4 - <마담 브루에트>와 <예스 너스 노 너스>

영화가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 2편이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 대표로 영화제 경쟁부문에 참가한 세네갈 무사 세네 압사 감독의 <마담 브루에트>와 네덜란드 최초의 뮤지컬영화라는 <예스 너스 노 너스>.

<마담 브루에트>의 주연 여배우(왼쪽)와 무사 세네 압사 감독

<예스 너스 노너스>

<예스 너스 노 너스>는 네덜란드의 이름 모를 작은 마을의 적십자 구호소를 배경으로 간호사들과 구호소에 머무는 엽기스러운 요양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노래와 춤으로 엮어낸 영화. 간호사는 ‘어머니’처럼, 요양객들은 그녀의 ‘자식들’처럼 구도화되어 있으며, 사고연발인 요양객들을 간호사가 보살피고 다스린다는 이야기다.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아 구호소를 철거시키려고 법원에 진정서를 내는 구호소의 옆집 남자에게 요양객 중 과학자가 개발한 ‘착해지는 약’을 먹여 사이좋게 지낸다는 게 스토리다. 줄거리만 들으면 재미있게 들릴 수도. 그러나 영화는 아무런 개연성도 아무런 캐릭터의 배경도 없이 마치 형광펜으로만 그린 동화 삽화 같은 얄팍한 영상 속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노래로만 얼버무린다. 1950년대풍의 뮤지컬인 이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극장에서는 시작하자마자 10분 간격으로 사람들이 한 뭉텅이씩 빠져나갔고, 독일의 노년층 관객만이 향수를 자극받은 듯 알 수 없는 웃음으로 영화를 즐기는 진풍경을 빚어냈다.

“내가 세네갈 감독이 아니라 마틴 스코시즈였으면 기자회견장이 이렇게 텅 비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해 화제를 모았던 무사 세네 압사 감독의 <마담 브루에트>는(마틴 스코시즈라면 결코 그런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과일 행상을 하는 아름답고 독립적인 여성 마담 브루에트가 어떻게 해서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을 살해하게 되었는지를 플래시백 기법으로 보여주는 영화.

영화의 스토리전개는 중간중간 삽입된 마을 사람들의 합창 가사로 설명되고 그게 부족하다 싶으면 난데없이 방송기자가 마을에 와서 주민들을 인터뷰해서 그 내막을 알게 한다. 그 연결고리가 너무 어설픈 것은 차치하고라도, 마담 브루에트가 얼마나 훌륭한 여성이며 그렇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녀의 편을 들 수밖에 없는가를 시종일관 전제로 한 채 전개되는 이야기는 김빠진 맥주와도 같았다. 혹시 이 영화의 이야기와 서술방식이 아프리칸 정서에서는 흥미진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런 추측마저도 힘겹게 할 정도. 압사 감독이 부디 ‘세네갈영화라서’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오해하지 않기를 기자들은 속으로 바랐다. 이 영화의 세네갈 토속 뮤지컬 음악에 심사위원단이 최우수 영화음악상을 준 것은 그점에서는 다행이었다.

오즈는 외면, 무르나우는 환대이변과 화제5-그 밖의 영화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렸던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과 아누크 에메 오마주전 등 올해 베를린영화제 특별전은 물에 물탄 듯, 별 존재감이 없었다. 일반부문에서 정치적 이슈가 크게 떠오른데다가 영화적 욕구가 충분히 충족될 만했기 때문에 특별전에 큰 관심이 쏠리지 않은 것이다.

무르나우전은 이런 점에서 예외였다. 독일영화들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르네상스의 도래’를 만끽한 분위기 때문인지, 독일 표현주의영화의 대가인 무르나우만큼은 대접을 톡톡히 받았다. <마지막 웃음> <노스페라투> 등이 인기리에 관객을 모았고, 디지털로 복원돼 이미 뉴욕에서 상영된 바 있는 복원판 <일출>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일출>은 기본 상영일정 외에 2월16일 ‘베를리날레 키노탁’에서도 앙코르상영이 되면서, 한때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했던 ‘선배’ 독일 작가의 진가를 확인하려는 관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아동영화 섹션인 ‘킨더필름’ 부문의 성공은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또 하나의 성과였다. 프로그램을 발표할 때부터 ‘강화된 킨더필름 부문’이라고 소개되었던 올해 어린이영화들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영화들이 많이 모여 있어 다양한 관객층의 발길을 불러들였다. 경쟁부문에서도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유독 많아, ‘어린이’는 척박하고 위험한 세상의 희망이자 보호해야 할 미래로서 올해 베를린의 주요한 아이콘으로 등장하였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산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자승의 이야기인 우리 영화 <동승>이 인기를 모은 이 부문에서는 여름방학을 아버지와 함께 보내지 못하게 된 소년의 일상을 그린 덴마크의 <그냥 악셀이라고 불러줘>, 아버지가 병으로 죽은 뒤 외톨이로 남겨진 소녀의 내면을 그린 스웨덴·핀란드 합작 <엘리나-내가 여기에 없다면> 등 어린이의 ‘고독’을 어루만져준 영화들이 심금을 울렸다.

이 밖에 파노라마 부문에서는 성룡의 일대기를 그린 홍콩 마블 청 감독의 다큐 <용의 발자취를 따라서: 재키 챈과 그의 잃어버린 가족>이 성룡 방문과 더불어 꽤 주목을 끌었으며, 포럼부문에서는 스스로 넝마주이 노숙자이면서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며 따뜻하게 사는 한 남자를 그린 폴란드 감독 피오트르 트르자스칼스키의 <에디>가 기독교 단체나 국제비평가연합이 주는 상을 받는 등 높은 평가를 받으며 영화제의 작은 보석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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