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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명 프로듀서 3인전(傳)-조엘 실버 [4]

평단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에 관한 비판을 제기했지만 실버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실버는 관객이 좋아하는 것을 만든다는 쇼비즈니스의 정신을 충실히 따랐다. 신디 크로퍼드가 주연을 맡은 <페어 게임>을 제작한 것은 하나의 예가 될 만하다. 영국 신문 <가디언>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페어 게임>의 경우 스튜디오에서 젊은 관객이 신디 크로퍼드를 좋아하는데 왜 그녀를 액션영화에 출연시키지 않는가라고 권해서 만들게 됐다. 그녀를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 출연시켰다면 좋았겠지만 내가 그 정도로 똑똑하진 않다.” <리쎌 웨폰4>로 맛보기를 보인 다음 이연걸을 주연으로 <로미오 머스트 다이>를 제작한 것도 비슷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제리 브룩하이머와 더불어 80년대 이후 액션장르를 다시 발명해낸 인물로 평가받는 그이지만 한때 실버의 명성은 위태로웠다. <페어 게임>을 전후로 매컬리 컬킨 주연의 <리치 리치>와 코언 형제의 <허드서커 대리인>이 흥행에 참패했고 <데몰리션맨> <어쌔신> <화이널 디씨젼> 등 일련의 액션영화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실버에게 남은 것은 <다이 하드>와 <리쎌 웨폰>의 프랜차이즈였지만 스튜디오와 마찰을 빚은 탓에 <다이 하드3>의 제작권은 감독 존 맥티어넌의 손으로 넘어갔다. 위기의 순간, 그를 구원한 것은 <리쎌 웨폰4>와 <매트릭스>였다. 제작비 1억4천만달러를 투자한 <리쎌 웨폰4>는 전세계에서 2억6천만달러 이상을 벌었고, 제작비 6300만달러를 들인 <매트릭스>는 총수입 3억7천만달러를 넘기며 SF액션영화의 신세계를 개척했다. 게다가 수명이 다한 <다이 하드>나 <리쎌 웨폰>과 달리 <매트릭스>는 3부작의 첫 영화가 아닌가.

실버는 <리쎌 웨폰4>와 <매트릭스>가 연속홈런을 터트리는 동안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도 하나 차렸다.감독 로버트 저메키

스와 함께 만든 이 회사의 이름은 다크 캐슬 엔터테인먼트. 1950년대 유명한 공포영화 감독 윌리엄 캐슬에게 존경을 바치는 이 회사는 캐슬이 만들었던 영화 <헌티드>와 를 리메이크했다. 캐슬은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는 데 특이한 수단을 많이 써서 유명한 감독이다. 극장에 영화사 직원을 파견해서 항상 같은 장면에서 비명을 지르게 한다든지 극장 앞에 앰뷸런스를 대기시켜 공포감을 유발한다든지 극장에 들어가는 관객에게 생명보험 가입을 권유한다든지 하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캐슬이 자신의 저예산공포영화를 알린 방식. 실버는 캐슬의 영화내용뿐 아니라 이런 마케팅 방식까지 본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영화란 근본적으로 선정성에 기대는 매체이고 어떤 영화든 관객을 극장까지 유혹하자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보고싶은 영화를 찍는다

블록버스터의 시대가 영화의 미래를 빼앗아갔다고 보는 시각이라면 실버 같은 제작자를 좋아하기 힘들겠지만, ‘엔터테인먼트’라는 하나의 목표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여느 영화광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 역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찍는다”고 말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액션영화와 공포영화를 꾸준히 만들었다. 실버는 언제나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말했다. 성공과 실패를 두루 경험하며 그는 이제 <매트릭스> 시리즈까지 왔을 뿐이다(워너브러더스는 현재 <원더우먼>의 영화화를 실버에게 맡기려 하고 있다. 그가 이 프로젝트를 맡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주연을 샌드라 불럭이 맡는다는데, 글쎄….)남동철 namdong@hani.co.kr

조엘 실버를 말한다“모든 일에 흥분하는, 영리한 어린아이 같다”

“난 액션영화들을 만듭니다. 그게 내 일이에요, 라고 실버는 아주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겉보기엔 무례해 보였지만, 그는 대단히 지적인 사람이었다.” -<버라이어티> 편집장 피터 바트

“조엘은 모든 일에 흥분한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 같다. 하지만 영리한 어린아이다.”-배우 실베스터 스탤론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지만)조엘은 기분이 나빠서 그런 적은 없다. 그건 그의 개성이다. 그는 쇼맨이다.” -편집기사 스튜어트 베이어드

“조엘은 어딘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는지 알고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지 너도 나만큼 하라는 것이다.”-사운드 믹서 팀 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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