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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산업 X-Ray 2 - 제작시스템의 표준형 찾기[3]
문석 2003-05-09

C. 확장형 모델 = 블록버스터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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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화산업의 모든 역량이 한꺼번에 발휘되는 ‘상업영화의 꽃’. <쉬리> 이후로 한국 블록버스터영화는 대부분 실패해왔지만, 영화산업의 양적, 질적 성장을 비약시켜줄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포기할 수 없는 존재다. 결국 향후의 블록버스터는 그동안의 실패를 극복함으로써 한 단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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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적 메커니즘의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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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의 논리는 미학이라기보다 공학에 가깝다. 액션과 로맨스를 오가는 긴박한 이야기 구조, 스크린을 꽉 채우는 스펙터클, 관객이 한눈팔지 못하게 하는 속도를 어떻게 꽉 조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이야기에 강점을 가졌던 <쉬리>와 스펙터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유령>이 성공을 거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반면 <무사> 등은 이들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도 미진한 구석을 남겨 작은 성공만을 거뒀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아유레디?> <예스터데이> 등 ‘2002년 3대 실패작’은 그 3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도 붙잡지 못했다. C의 경우 미술, 특히 세트에 엄청난 비중을 둠으로써 획기적인 볼거리를 제공했다.

핵심인물 >>

프로듀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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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는 프로듀서의 영화다. 철저한 예측과 사후관리가 생명이다. 제리 브룩하이머의 예를 들지 않아도 투자결정은 감독보다는 프로듀서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다. 에서 가능성을 엿보였듯, 프로듀서를 미학, 진행, 자금 등의 기능으로 세분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포인트 1 >>

예측 가능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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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제외한 스탭이 100명 가까이 참여했고, 로케이션 비용에 12억씩이나 들어간 C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블록버스터 현장은 수많은 스탭과 배우, 장비가 뒤섞이는 공간이다. 그만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이를 방지하려면 프리 프로덕션을 무조건 충분히 가져가야 한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에 대한 대책을 준비한 뒤에야 본격 제작에 돌입해야 한다.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준비하면서 류승완 감독이 중요 액션 시퀀스 5곳을 와이어 액션 연기까지 해가며 디지털카메라로 담은 것도 촬영 때의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참고할 만한 점이다.

포인트 2 >>

스타 파워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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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에는 특급 스타를 쓰지 않는 할리우드와 달리, 한국의 블록버스터는 잠정적일지라도 현재는 스타를 활용해야 한다. 스펙터클에 대한 관객의 신뢰가 충분치 않은 탓에 스타를 통해 관객동원력을 보충해야 한다. <아 유 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실패 뒤에는 분명 이런 요소가 존재한다. 다만, 인센티브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C 또한 A급 스타 배우를 기용했는데, 이는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

블록버스터영화 성공작의 사례

촬영기간과 촬영횟수

7개월, 110회

후반작업 기간

5개월

필름사용량

19만자

스탭 수

60명(최대 100명)

기획개발비

6천만원(0.9%)

연출, 제작, 촬영, 조명, 녹음 비용

10억9천만원(16.4%)

미술비용

23억7200만원(35.8%)

로케이션 비용

12억2300만원(18.4%)

운송 비용

1억5700만원(2.4%)

후반작업비용

3억6천만원(5.4%)

순제작비

66억3천만원

텍스트3

텍스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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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작가주의 영화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영화는 이 3가지 분류 안에 들어간다. 단, 이 분류는 이상형에 가깝기 때문에 개별영화를 구체적으로 대조한다면, 첫 번째 모델과 두 번째가, 두 번째와 세 번째 모델이 결합된다든가 하는 식의 혼합형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 모델화가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영화가 어떤 모델을 지향하는지에 따라 힘을 기울여야 할 지점이 달라지고,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요소들이 바뀌는 탓에 이런 유형 분류는 거칠지만 단단한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모든 영화가 기획에서부터 프로덕션, 마케팅에 이르는 과정에서 분명한 방향성을 갖는다면, 그만큼 실패도 줄어들 것이고 우려되는 자본의 이탈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할리우드식 산업화에 포섭되기 힘든 한국영화 고유의 강점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영화의 모델화를 한국영화 제작시스템 합리화의 대안이라고 제시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글 문석 ssoony@hani.co.kr·편집 이다혜

명필름의 ‘숨은 제작비 20%를 찾아랏!’개발단계와 제작단계로 나눠 계약 맺는다

합리적 제작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명필름이 선두주자라는 사실은 알려진 바다. 명필름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자체 스터디를 가지면서 작업시스템을 표준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 중이다. 이 대안의 핵심은 ‘단계별-옵션 계약’과 주(週) 개념의 도입이다.

우선 단계별-옵션 계약을 취하면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가기 전까지 1억∼2억원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작을 구입할 때는 가격을 낮추는 데만 관심을 쏟는데 명필름은 영화화 여부, 흥행 여부에 따라 원작료를 차등 지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영화화를 준비하는 대가로 얼마, 영화화가 결정됐을 때 얼마, 흥행됐을 경우 얼마, 이런 식으로 단계별로 계약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명필름은 <아리랑>을 준비하면서 이 방법을 적용했다. 저작권자와 계약시 독점적으로 2년 동안 영화화 준비를 하는 대가로 3천달러를 지급하고, 1년 연장될 때 1천달러를 더 지불한다는 내용을 적은 것. 또 영화화 단계에 들어가면 2만달러 정도를 지불하며, 흥행이 성공하면 이익의 1%를 제공하게 된다. “원작료는 대략 2천만원에서 1억원 선인데, 영화화에 들어갈 확률은 50% 정도에 불과하므로 이렇게 하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이은 이사는 설명한다.

시나리오 작가와의 계약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초고를 쓰는 데 어느 정도 기간에 얼마, 다시 수정할 경우엔 얼마 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영화화에 들어갔을 때 다시 일정액을 지불하며, 원하는 경우에 따라서는 흥행 이익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원칙은 감독에게도 적용돼 개발단계와 제작단계로 나눠 계약을 맺게 된다.

또 다른 비용절감은 제작단계에서 이뤄진다. 개발 중인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80점 정도를 넘을 때, 비로소 제작자는 시나리오와 제작기획서를 갖고 캐스팅과 파이낸싱에 나서는데, 이때부터는 시간을 주 단위로 계산한다. 촬영에 10주(주당 5일 촬영), 프리 프로덕션에 15주, 포스트 프로덕션에 10주 정도가 든다는 것을 표준으로 놓는다. 이렇게 하면 메인 스탭들과 계약할 때도 전작에서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니라 예상 연봉과 실제 일하는 기간의 함수관계를 중심에 놓게 된다. 만약 스탭이 영화의 완성에 큰 기여를 한다고 판단되면 인센티브도 제공할 수 있다. 배우의 경우엔 인센티브뿐 아니라 공동제작자로 끌어들이는 등의 노력도 기울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절약되는 비용 또한 1억∼3억원이 된다. 여기에 필름, 세트 등의 재료비, 촬영횟수나 제작공정에 대한 관리 등을 더하면 20% 줄이기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은 이사는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가 20억원이라 할 때, 20%를 줄이면 4억원인데, 1년에 50편이 만들어진다면 200억원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극장 등 다른 부문이 제작쪽의 노력을 감안해 움직여준다면 한국영화 제작시스템의 합리화는 성과를 볼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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