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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미디영화 코드 분석 [1]

한국 코미디영화, 그 화려한 변신의 3라운드

충무로에 불어닥친 코미디 강박증은 상상 이상으로 거세다. ‘오로지 코미디만이 살길이다’라는 식의 깃발 아래 그 밖의 영화들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오죽했으면 <살인의 추억>마저 투자자로부터 ‘코미디 코드를 대폭 넣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을까. 영화평론가 변성찬이 코미디 강풍을 몰고 온 한국영화들을 향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었다. - 편집자

변성찬/ 영화평론가

프롤로그: 열정과 냉정 사이

<선생 김봉두>의 흥행 성공과 <지구를 지켜라!>의 흥행 실패. 최근에 있었던 이 영화적 사건은 개인적으로 하나의 충격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차이가 있으리라고 짐작은 했다. 그러나 그 차이가 순진한 나의 예상과 달리 너무나 컸다. <지구를 지켜라!>를 보며 나는 그 영화가 장르(컨벤션)와 작가(정신)의 대결과 충돌 속에서 온전하게 작가가 살아남아 있는 훌륭한 상업영화이며, 신세대부터 386세대까지를 아우르는 정치적, 미학적 호소력을 지니고 있는, 요즘 보기 드문 미덕을 지니고 있는 영화라고 느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흥행을 내심 기대했다. 충격이 컸던 탓에 한동안 흥분하고 ‘오버’도 했다. 인터넷 사이트에 “<지구를 지켜라!>를 지키자!”는 격문도 날려보았고, 아는 사람들에게 영화관람을 선동했으며, 실제로 그들을 조직해서 다시 영화를 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사이버공간에 이미 <지구를 지켜라!>를 지키기 위한 모임이 결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한동안 그들과 함께 몸바쳐 뛸 각오도 했다. 그 흥분과 오버에는, 뜨뜻미지근했던 나의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 표현을 이 기회에 컬트 수준으로 한번 높여보자는 불순한 욕망도 작동했다. 이때 아니면 또 언제 그런 기회가 오겠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철없는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두개의 사건이 일어났다. 그 하나는 어느 날 걸려온 <씨네21>의 전화 한통이었다. 한국 주류 상업영화를 관통하는 지배적인 코드들에 대해 비판적인 검토를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두 번째 사건은 <살인의 추억>의 성공이었다. 이 영화의 흥행 호조는 나의 ‘코미디 망국’에 대한 공포심을 일거에 날려버렸으며, 한국영화가 지니고 있는 힘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주었다. 이 두 가지 사건 덕택에 나는 비교적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한국영화의 한 시기를 뒤돌아볼 수 있었다. 먼 훗날, ‘코미디의 전성시대’로 기억될 한국영화의 그 한 시기, <가문의 영광>에서 <오! 해피데이>에 이르는 그 한 시기를….

한국 코미디영화, 그 화려한 변신의 3라운드

돌이켜보면 그들의 성공은 결코 손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변화하는 대중의 기호와 욕망을 파악하고 그것에 적응하는, 철저한 기획 능력과 변신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영화들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조폭코미디’(<가문의 영광>)에서 ‘섹스코미디’(<몽정기> <색즉시공>)를 거쳐 ‘스크루볼(로맨틱)코미디’(<동갑내기 과외하기> <오! 해피데이>)로 숨가쁘게 변신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그 화려한 변신의 과정 속에서도 서로서로 내밀하게 소통해왔으며, 몇 가지 흥행 전략을 공유하며 굳건히 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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