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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영화 총정리 [2]
김봉석(영화평론가) 사진 이혜정 정리 이영진 2003-12-19

<장화, 홍련>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

김봉석 | 해외도 그렇긴 한데 국내의 경우는 마니아와 일반 관객이 공포영화를 소비하고 반응하는 태도의 간극이 더 크다. 직접 느끼기에는 어떤가.

김송호 | 우리나라 팬덤은 해외 공포영화 팬덤에 비해 꿀리지 않는다. 단적으로 외국에서 원판 소스들을 주문하는 양만 따져봐도 한국이 몇위 안에 들 거다. 그렇게 많은 마니아들이 있는데도 그동안 공포영화에 대한 관심은 저조했다.

김종철 | 한국의 호러광들은 해외 원판을 들여오는 데 주저없이 몇 십만원씩 내놓지만 국내 공포영화 활성화를 위해선 절대 안 내놓는다. 업체들 또한 마찬가지다. ‘호러존’만 하더라도 통신업체들로부터 회사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는 말 많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서버 정도만 지원해줘도 좋은데, 어느 업체에서도 지원하려 하지 않는다. 일부 호러팬들에 의해서 꾸려질 수밖에 없는데 한편으론 그 안에서도 상업적인 시도들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순수 어쩌고 하는.

김송호 | 국내에서 출시되면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갖는 부분이 안 잘렸느냐 하는 거다.

김지환 | 심의하는 노땅들 탓도 크다.

호러 전문 감독 · 제작사 필요성 절실

이종호 | 마니아부터 끌어들여야 한다. 장편 데뷔하기 전부터 마니아층에서 저 사람 영화 보고 싶다 하는 기대가 오갈 정도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기회를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게 안 되니 DVD를 들여오는 데 몰두하는 것 아닐까. 수집하는 게 자기만 갖고 있다는 희귀성에 대한 욕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김봉석 | 인터넷이라고 하는 공간은 공포영화 마니아들이 영화적 정보를 얻는 주요 창구다. 크게 화제를 불러모으진 못했지만, <목두기 비디오>의 경우도 그렇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김지환 | 극장 개봉이 어렵다면 그 이외의 시장들이라도 타진해봐야 한다. 외국에 소개해서 DVD 수천장 정도는 팔 수 있다. 그런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제작이나 마케팅하는 사람들이 그런 루트를 모른다는 것이다. <주온> 같은 경우 만듦새는 물론이고 비디오 재킷까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서양에 알려져서 먹힌다. 실제로 유럽에선 자기가 찍은 비디오를 직접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김종철 | 전에 <씨어터>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외국에 소개하는 방법을 같이 찾아보자고 했는데 제작·배급사쪽에서 반대해서 결렬된 적 있다. 인터넷이 저예산호러를 알리는 좋은 창구인데, 만드는 사람들 인식이 부족하다. 내 경우에도 처음 사이트를 만들면서 정착까지 10년을 잡았고, 올해까지 5년을 버텼는데 별로 희망이 없다. 독자적으로 어려워서 포털 등에 지원을 요청해도 엽기물 사이트 정도로만 인식한다.

김지환 | 슬래셔영화를 만들려면 국내에선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발상이나 아이템으로 어필해야 한다. 또 인터넷이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현장 영화인들 중 공포영화에 대한 관심있는 이들의 네트워크 기능까지 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들이 모여서 이것저것 만들어볼 궁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철 | 인터넷으로 부문별 교류를 활성화시킬 필요도 있다. 영화, 소설, 연극 등 각 분야의 호러에 대한 관심들이 공유되고 모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다 따로 논다. 몇몇 출판사에서 호러장르 전집을 내놓아도 호러영화 팬들은 그걸 모른다.

김지환 | 지금 현실에선 가끔 에로비디오 찍는 쪽에서라도 호러를 차용해줬으면 하는 소망까지 든다. 어떻게든 영역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 전문집단들이 모여서 유럽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에로와 호러를 적절하게 접목한 영화를 만드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 치졸한 확장이라고 욕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10편 찍어 1편이라도 건지면 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외국 DVD 중에 형편없는 쓰레기 시리즈물이 날개돋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간절하다.

이종호 | 올해 한 출판사에서 공모한 호러미스터리 부문 심사를 맡은 적이 있는데 응모자들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괴담류가 대부분이었고, 이는 <퇴마록>의 부정적 영향이다. 굉장한 엽기를 기대하는 선입견은 부서져야 한다.

김봉석 | 호러영화를 바라보는 언론이나 평론가들의 시선에 대한 불만은 없나.

김지환 | <씨네21>만 해도 B급 정서를 소개할 만한 코너가 없다. 듀나가 살짝 긁어주는 것말고는.

김송호 | 대중과 마니아의 갭을 심화시키는 데에는 매체에 실린 평론가들의 글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장르 자체의 문법에 따라 영화를 즐기고 논하는 평자들이 별로 없다. 아트영화건 공포영화건 똑같은 기준으로 재단한다. 독자와 관객으로부터 외면받는 비평의 위기 또한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종호 | 분석 이전에 이 영화가 무섭다, 안 무섭다라고 전해줘야 하는데 그걸 못한다. 유치하다고 느껴서 그런가. 사실 코미디영화에서 관건은 웃기냐, 그렇지 않느냐 아닌가. 무섭다, 그런데 스토리가 엉성하고 어쩌고 하는 비판은 좀 이해가 안 간다. 무섭다면 그것만으로도 극장 갈 이유는 충분한데.

김지환 | 평론가들은 가능성을 읽어내고 매체는 그러한 관심을 만들어내고 유도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

이종호 | 만드는 사람들도 공포는 여름에 걸어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올해 제작이 어렵게 되면 무조건 내년 여름에 걸지 뭐 하는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김송호 | 할리우드와 일본에서 나올 만한 공포영화 소재는 다 나왔다고 본다. 이젠 우리 차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