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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스크린쿼터 논쟁 [3] - 비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안성기, 정지영 인터뷰(2)

쿼터를 축소하면 문화 다양성이 살아나나?

“한국에 전혀 이익이 없는 대미무역협상을 누구를 위해 체결하나. 거기는 ‘미국은 큰형인데’라는 식의 잘못된 접근이 있다. 쿼터를 한·미통상과 결부시켜 무조건 줄이거나 없애려는 발상은 해방 이후 50년 동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대미선동의 연장선이다.”

-영화계 일각에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위한 마이너리티 쿼터나 최근 몇년 사이 아시아영화 점유율이 3분의 1로 축소된 상황을 우려해 아시아 쿼터 등을 논의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다양성 확보를 쿼터와 연결짓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지영 I 다양성은 이 장관이 두 번째 원칙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다양성 문제를 풀기 위해 쿼터를 이용할 수 있으나 쿼터가 다양성 문제의 원흉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을 스크린쿼터와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는 것이다. 마이너리티 쿼터에 관한 논의는 대책위 내부에서도 이루어졌고 향후에도 다양하게 논의가능하다.

-마이너리티 쿼터 문제와 관련돼 있긴 한데 스크린쿼터가 유력한 배급사나 극장체인과 제작사에만 이익을 주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지영 I 축소를 하면 다양성이 살아나나? 축소를 하면 할수록 메이저로의 편중이나 강화는 심화될 뿐이다. 다시 말해 쿼터를 축소하면 작은 영화가 더 크고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의 지원은 다른 각도에서 독립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쿼터를 줄여서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어느 쪽에도 답이 나올 수 없다.

-다시 문화부와 접촉해서 이야기를 풀어갈 가능성은.

안성기 I 현재로서는 대책위에서 문화부와는 재접촉을 안 하겠다는 방침이다. 장관 개인 같은 측면보다는 이번 입법안 문제도 그렇듯이 오히려 거시적인 방향으로 치중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상대방이 확실한 적대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따지거나 싸울 수 있을 텐데 이 장관의 경우에는 고뇌도 있고, 핵심적인 표적으로 몰 수 없다. 그쪽과 싸우기보다는 실제적인 목표를 향해 나가자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에 이것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는 부분도 중요하기 때문에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도 있다.

-6∼7월 초에 개각이 되면 새로운 문화부 장관과는 논의할 계획이 있는지.

정지영 I 우리도 태도를 내놓았으니까 그쪽에서 연락이 다시 와야 할 것이다.

쿼터 없애면 투자하겠다는 말을 정말 믿는가?

-7월1일부터 3일까지 한-미간 재계회의가 열리는데 스크린쿼터를 주요 쟁점으로 다룬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지영 I 실제로 기자가 투자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해보라. 한국 기업의 투자 환경이 먼저 투명해져야 투자를 하겠는가 아니면 여전히 불투명한 부분이 많은데 쿼터만 없앴다고 투자를 하겠는가. 스크린쿼터 때문에 직접투자가 저해된다는 것은 허구다. 명백히 말장난이다.

안성기 I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게 쿼터 사수는 영화인들의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아무도 미국과 쌍무협정을 맺은 국가는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때문에 우리나라가 먼저 쌍무협정을 하자고 달려들었지만 그게 뭔가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다. 가끔은 정부나 해당 부처가 협정을 맺기 싫으니까 자꾸 스크린쿼터 핑계를 대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웃음)

-스크린쿼터의 논의를 위해 미국과 직접 접촉해본 적도 있지 않은가.

정지영 I 미국 영화단체에선 정부끼리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여기엔 이런 계산이 있다. 민간 대 민간이 만나면 양국의 자격은 동일하지만 정부 대 정부로 만나면 미국이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따라서 협상에 유리하다는 점.

정서적인 접근은 사태의 핵심을 흐린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여론이 국민들의 배우들에 대한 시각이다. ‘돈은 우리한테 벌고, 쓰는 건 외국에 쓰는 게 못마땅하다’라는 식의 감정적인 반응이 많은데.

정지영 I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면서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제일 잘못된 논리다. 두 가지의 전혀 다른 이야기를 그냥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이다. 논리를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정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 것이다.

안성기 I 외제차를 많이들 타지. (웃음) 주위에 후배나 동료들을 보면 상당히 부담을 갖는 느낌이 든다. 떳떳하게 스크린쿼터를 지지하고 싶어도 이러한 감정적인 논리에 휘말려 위축되는 분위기가 있다. 많은 관객이 그렇게 생각할수록 배우 개인은 쑥스럽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배우들도 ‘강하고 센’ 작품을 하는 사람들은 좀 덜할 것이다. 관객의 느낌도 그러니까. 멜로하는 친구들은 더 어려워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관객과 배우가 서로 같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이 좋게 지내는 걸 좋은 시선으로 봐줬으면 한다.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내가 출연료를 적게 받고 다른 후배 인기배우가 많이 받는 거에 대해 주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불편했다. 받을 만하니까 그 배우가 그렇게 받는 것인데 그걸 선후배 이런 다른 부분으로 뭉뚱그려서 이야기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도 발전적이지도 않다. 근거없는 이야기로 서로 마음을 다치게 할 필요는 없다.

-결의대회 이후 계획에 대해.

정지영 I 어제 결의대회는 말 그대로 현 상황을 보고하고 ‘결의’를 다지는 차원이었다. 다른 차원에서 궐기대회를 해야지. 옥외집회를 한번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정부의 태도나 쿼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장소가 정확히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7월8일 정도로 예정하고 있다. 공론화의 장이 필요하다.

안성기 I 서로 한마음이고 결론적으로는 이견이 없다는 점과 제대로 된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우리 목표다. 스크린쿼터와 한국영화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와도 좋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무엇이 한국영화와 나아가서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결정인지 논의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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