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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한국영화] 한스 울리히 CG수퍼바이저가 말하는 <차우>
박혜명 2008-06-20

사람 잡아먹는 멧돼지의 리얼리티

돼지가 사람을 먹는다. 영화 <차우>의 제목으로 쓰인 ‘차우’는 바로 그 식인멧돼지를 일컫는 이름이다. 몸길이 2m. 추정 몸무게 약 410kg. 지리산 기슭의 10년 무사건사고 마을 삼매리를 공포로 몰아넣는 이 거대한 몸집의 동물은, 세상에 있을 법하나 실제 존재하지는 않는 가상의 동물이다. 말하자면 <차우>에서 삼매리 마을 사람들과 뒤엉키는 식인멧돼지는 100% 가짜다.

<차우>는 코미디와 호러를 독특한 감각으로 조합한 영화 <시실리 2km>(2004)로 데뷔한 신정원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이 영화의 멧돼지 CG 작업은 ILM 출신의 할리우드 스탭 한스 울리히가 맡고 있다. CG 작업이라고 해서 문자 그대로 컴퓨터상에서 픽셀로만 완성되진 않는다. ‘차우’는 세 가지 타입으로 만들어졌다. 애니매트로닉 버전, 스턴트 버전, CG 버전. 애니매트로닉 버전은 눈 깜박임이나 귀 펄럭임 등 섬세한 신체 표현들이 가능한 고가의 로봇 인형이고, 스턴트 버전은 사람을 공격하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절벽을 뛰어내리는 등 위험한 액션신에 주로 쓰이는 저가 ‘몸빵’ 인형이다. 마지막 CG 버전은 애니매트로닉스를 여러 각도로 촬영한 데이터에 기반해 컴퓨터상에서 만드는 멧돼지. 이 역시 점프하고, 달리고, 인간을 공격하는 장면 등에 쓰이는데 스턴트 버전보다 훨씬 더 과격한 신에 많이 사용된다. CG슈퍼바이저 한스 울리히가 관여한 파트가 바로 이 부분이다.

“털 작업이 제일 어렵다. CG로 만들기 제일 어려운 세 가지가 있다. 물, 불, 그리고 털.” 한스 울리히의 설명에 따르면 털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선 수많은 변수가 고려되어야 한다. 털의 결과 모양, 길이, 피부에 심을 밀도를 결정해야 하고 이런 요소를 신체 부위마다 다르게 정해야 한다. 가령 멧돼지의 귀털은 부스스한 솜털인 반면 목털은 길고 푹신하며 다리털은 짧고 뻣뻣하다. 이렇게 30여개 종류로 6천만개의 털을 심고 피부 역시 눈가와 뺨, 입 주변, 다리 등 부위에 따라 주름과 투명도, 수분도, 밀도를 달리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근육과 뼈, 관절을 부위별로 심고, ‘차우’의 캐릭터를 결정짓는 동작 연출이 뒤따른다.

“살아 있는 생물을 CG로 온전히 창조해내는 건 언제나 도전적인 작업이다. 거기엔 굉장히 많은 기술이 요구된다.” <차우>의 CG 작업은 아직 초반 단계이다. 20여개의 파이널 애니메이션 중 2개의 파이널이 완성됐다고 한다. 지나친 정보 노출이 될까 멧돼지에 대한 설명도 극도로 꺼리던 한스 울리히는 ‘차우’의 눈동자 색을 묻자 “어쨌든 빨간색은 아니”라며 자신감있게 덧붙였다. “열 가지 안을 놓고 고심해 결정했다. 분명한 건 감독이 CG 멧돼지의 완성본을 보고 ‘와! 이거 진짜 무섭네’했단 거다.” 깊은 숲속의 무시무시한 식인멧돼지 ‘차우’의 모습은 차가운 겨울 12월에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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