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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최진실] 남녀노소 모두가 사랑했지 -강우석
2008-10-21

감독 강우석

최진실과 함께한 작품: <미스터 맘마>(1992) 연출, 제작, <마누라 죽이기>(1994) 연출, 제작, <홀리데이 인 서울>(1997) 제작

진실이는, 내가 너무 오래전부터 봐왔어. <남부군>(1990)으로 데뷔했고,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첫 번째 히트작일 텐데 난 그때까지도 그가 연기자라기보다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지망생’ 정도로 본 거지. 저 체격에 귀엽기만 한 이미지를 갖고 배우가 될 것인가. <미스터 맘마>를 최민수랑 같이 할 당시엔 이미 둘 다 톱스타였는데 실제로 작업해보니까 되게 욕심도 많고, 자기가 연기 맛을 알면 큰 배우가 되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회식 자리할 때면 “진실아, 너 지금보다 조금만 더 연기에 욕심을 내봐라” 얘기하고 그랬다고. 영화쪽에 일단 집중하고, 정말 큰 배우가 된 다음에 TV랑 번갈아 해도 되지 않겠냐 그랬더니 자기도 그런 욕심이 난다는 거야.

<마누라 죽이기>

그 사이 난 <투캅스>(1993)를 찍었지. 그거 찍고 나서 박중훈씨가 결혼하고 집들이를 한 적이 있어. 거기 초대받아 갔더니 진실이도 있더라고. “오빠”, “동생” 하면서 서로 잘 챙기고 따랐던 사이거든. 그 자리에서 다시 “진실아, 영화 좀 열심히 하지 왜 안 하냐” 그랬더니, 자긴 이제 흥행도 많이 해봤고 상받는 영화를 하나 하고 싶다 그러더라고. 대종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서 상받을 수 있는 영화를 하겠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야, 그럼 나랑 하자, 나는 내 상은 못 받아도 배우들 상은 받게 한다” 그랬지. 박중훈도 <투캅스>로 대종상 남우주연상 받았잖아. 그러니까 진실이가 “무슨 영화인데요?” 그래. 그래서 “<마누라 죽이기>다. 이건 거의 원맨쇼다” 그랬더니 코미디영화에 여우주연상을 누가 주냐 그러지. 그래서 난 설득하려고 “그래도 줘” 했지. 그건 진실이에게 딱인 영화였으니까. 그래서 출연한 거야. 근데 그 영화가 대박을 쳤잖아. 그리고 대종상영화제가 다가오게 됐는데 얘가 주연상 후보에 올라갔어. 근데 하필 시상식 있는 기간에 CF 찍으러 미국에 가게 된 거야. “감독님, 아무리 제 영화지만 코미디엔 상 안 줘요” 이러면서 간 거야. 근데, 상 받았잖아. 어머니가 대리 수상하셨지.

그동안 내가 진실이랑 얘길 많이 해봤잖아. 자긴 평범한 사람 만나서 평범한 가정 꾸려보는 게 꿈이라는 거야. 어린 시절 불우했잖아. 그러니까 반대 생활을 살아보고 싶은 거지. 가족에 대한 사랑도 유별나거든. 그래서 결혼하면 완전히 이쪽을 떠날 거라고 생각했어 난. 그 뒤로 한번도 못 만났고. 근데 <장밋빛 인생>을 하기에 챙겨 보게 됐고, 종방한 다음날 진실이 집으로 난을 보냈어. ‘데뷔’ 축하한다고. 그랬더니 바로 전화가 왔어. “야, 진실아 이제 영화하자” 그러니까 “그죠 감독님? 살아났죠? 이제 조금만 몸 만들고 영화 합니다” 그러면서 너무 좋아하더라고.

보통 여배우들은, 같은 여자 관객이 끌려하기보다 남자 관객이 끌려하고 남자배우는 그 반대이고 그런 게 있잖아. 진실인, 무조건 남녀노소야. 너무 인기가 많았고, 대중의 선호도가 너무 높았어. 영화가 아무리 후져도 최진실이 나오니까 사람들이 그걸 보러와. 이른바 말하는 “누가 나오면 흥행이 된다” 했던 게 그 당시 최진실, 그리고 남자는 ‘대발이’ 최민수 정도야. 요즘엔 영화가 좋아서 손님이 드는 거지만 당시엔 그 정도의 파워를 최진실이란 배우가 갖고 있었다고. 그러니까 걔를 캐스팅하는 게 얼마나 어려웠겠어. 시나리오는 전부 걔한테 먼저 가니까. 근데 진실이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결정을 빨리 못 내리고 그랬다고. 근데 난 걔 이미지에 맞는 영화만 찍었잖아. 그 때문인지 더 아파. TV에서 요즘 계속 나오는 얘기들과 죽음의 이미지가 내가 겪었던 진실이와는 너무 다르니까. 그 간극이 너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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