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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의 모든 것] “구정물 퍼먹고라도 살 거야”
이화정 장미 2009-01-20

단골로 등장하는 클리셰 인물과 대사들

이런 인물들, 막장드라마에 꼭 등장한다. 아이를 잃고 복수를 감행하는 착한 여주인공부터 그녀를 죽어라 괴롭히는 남편과 시어머니,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친어머니, 조력자로 등장하는 순정남, 악행도 서슴지 않는 악녀 캐릭터까지 이리저리 짜깁기하면 그 어떤 드라마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막장의 대표 인물을 명대사, 유형과 함께 총망라했다.

구은재 장서희 | SBS <아내의 유혹>

본디 복장 터지는 미련한 현모양처였다. 정교빈에게 겁탈당해 임신하는 바람에 부동산 재벌가의 며느리로 들어가지만 시어머니를 쫓아온 남자가 들이닥치려는 걸 막다가 유산하고 만다. 그런데도 시어머니의 나이트 클럽 출입이 알려질까 진실을 함구하니 원수를 사랑하는 갸륵한 마음만큼은 가히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다. 친자매처럼 같이 자란 신애리가 결혼을 약속한 친오빠를 팽개치고 교빈을 유혹해 침대로 끌어들일 때도 어떻게든 참고 견뎠다. 시아버지가 은재가 낳을 아이에게 유산을 물려주리란 소식을 듣고 교빈이 그녀를 바닷물에 처넣기 전까지는.

그러나 바람 부는 한강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던 은재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내 애 불쌍해서 못 죽어! 살 거야! 살 거야!” 이제 민건우의 사랑 안에서 민 여사의 조력을 받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보란 듯이 발돋움할 일만 남았다. 순종의 대명사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하는 여주인공의 전형. 필수 자질인 가난한 집안환경, 착한 천성, 죽지 않은 지성과 미모, 성공의 씨앗이 되는 재능, 마지막에 발동되는 악다구니 등을 고루 겸비했다. <인어아가씨>에서 막장 캐릭터의 진수를 보여준 장서희가 구은재 역을 맡아 열연한다. 첫화 오프닝에선 후덜덜 살 떨리는 교복신까지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이번엔 이름만은 정상이라는 것.

명대사: “구정물 퍼먹고라도 살 거야. 나 억울해서 못 죽어.” 유형: <인어아가씨>의 은아리영, <청춘의 덫>의 윤희.

이수현 홍은희 | MBC <흔들리지마>

출세를 위해 제 한몸 모두 불사르는 욕망의 화신. 타고난 미모와 재능으로 재벌가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고 아들 ‘한강필’과의 결혼 승낙을 얻어낸다. 그녀의 출세욕의 밑바닥에는 재혼한 아버지, 새엄마가 데리고 온 동생들에 대한 미움이 함께 깔려 있다. 즉, 결혼만 하면 지긋지긋한 집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창피한 자신의 집안 사정을 알리지 않은 채 결혼을 감행하다보니 점점 비밀이 많아지고 그걸 숨기느라 애를 먹는다. 정작 문제는 사업에 뜻이 없는 약혼자는 뮤지션인 동생 ‘민정’과 사랑에 빠진 상태.

그러나 애초 한강필과의 사랑보다 그가 가진 재력에 끌렸던 만큼 결혼도 하기 전부터 일단 시댁에 짐 싸들고 들어가는 ‘무모함’을 선보인다. 법적인 결혼을 위해 거짓임신을 고하고, 살인교사를 하는 무법행위 등 그녀의 일분일초 모두가 범죄다. 특히 비밀을 알게 된 시아버지를 죽이려는 행위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의 목적인 시댁의 사업을 송두리째 빼앗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긴다. 신기하게도 이 모든 악행이 드라마의 말미, 단 한번의 사죄로 용인된다. 돈과 명예를 위해서 끊임없이 상대방을 괴롭히는 악녀의 전형. 독해질 수밖에 없다는 동정론도 일지만, 정신불열증에 가까운 행동은 빈축을 산다. 독한 기운을 점점 더하며 상대 캐릭터는 착한 캐릭터로 뚜렷하게 부각하게 만드는 중차대한 역할이다.

명대사: “남의 남자 후리면서 착한 척 순진한 척, 그것도 니 엄마한테 전수받았니?” 유형: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 <태양의 여자>의 신도영.

한원수 안내상 | SBS <조강지처클럽>

원수도 이런 철천지원수가 없다. 나화신(오현경)의 남편 한원수는 유부녀 모지란과 눈맞은 걸로도 모자라 화신을 몰아내고 그녀를 집에 들인다. 출장 간다고 아내를 속여놓고 지란과 밀월여행을 떠나거나 “그 돈 많고 예쁜 여자들 다 마다하고 내 등골이나 빼먹는 너 같은 여자하고 왜 결혼을 했는지 눈만 뜨면 후회스러워 미치겠다”는 등 뒷목 당기는 막말을 일삼는 게 특기다. 그러니 가장 큰 미스터리는 성격 나쁜 자동차 세일즈맨에 불과한 이 남자를 따라다닌 “그 돈 많고 예쁜 여자들” 아닐는지. 자기도취, 자기합리화의 대가. 마지막엔 몰락하고 말지만, 어쨌든 바람 피운 걸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모든 남편 캐릭터들이 두손 모아 경배할 인물이다. 태연히 불륜을 저지르고 아내를 핍박하는 나쁜 남자의 전형에, 품위와 존엄 따위 모조리 짜낸 다음 방정맞은 몸개그와 강마에 저리 가라 할 독설을 장착하면 그가 튀어나오리라.

명대사: “너랑은 이혼보다 사별이 쉽겠다. 그래, 죽어. 차라리 죽어!” 유형: <청춘의 덫>의 동우.

강호세 박재정 | KBS <너는 내 운명>

드라마 홈페이지에선 ‘매력적인 외모와 리버럴한 사고방식, 사장의 아들이라는 후광까지 3박자를 모두 갖춘 최고의 신랑감’으로 소개되지만 그보다 ‘(댄스곡에 맞춰 춤추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보수적인 외모에 (한국어 발음규칙을 가볍게 무시한) 리버럴한 발음, 발호세·호세레저라는 후광까지 3박자를 모두 갖춘 막장드라마계 최고의 스타’라고 설명하는 게 더 정확할 듯.

밀라노 지사에서 2년간 해외근무를 하고 돌아온 인재(그래서 발음이…?)로 맞선에 나갔다가 장새벽을 만나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같은 회사 디자인 실장인 김수빈을 물리치고 새벽과 결혼에 골인, 아들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어머니의 압박에도 아내를 위한다. 소녀시대 멤버인 아내 앞에서 반짝이 의상을 입고 원더걸스의 <노바디>에 맞춰 댄스 삼매경에 빠지거나 천사 날개를 달고 피아노를 치면서 이승철의 <너는 또다른 나>를 부르는 등 주책과 애교에서는 따라갈 이 없는 1인자. 한마디로 여자주인공을 끝까지 지켜내는 순정남의 전형이지만 연기와 발음 논란으로 선망은커녕 놀림의 대상으로 변모. “어떻게 이 엄동설한에 새볏&#49856;를 밖에서 빨래를 씌킬 수가 있어여?” “환자 그렇게 내몰 만큼 냐냐냥 아니니깐” 등 주옥같은 어록을 남겼다.

명대사: “저희 붕가하겠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붕가붕가하나봐요.” 유형: <하늘이시여>의 구왕모, <조강지처클럽>의 구세주.

정미옥, 채정희 유혜리 | KBS <너는 내 운명>, MBC <흔들리지마>

뒤늦게 나타나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 출세를 위해 딸을 저버리고 갔다가 다시 나타나는 생모 캐릭터다. 딸의 일에 관해서라면 어떤 상식도 이해도 통하지 않는 괴이한 성격. 딸이 억울함을 당하는 순간 그녀의 파괴지수는 무한대가 된다. 지난 세월 동안 쌓은 재력과 명성을 무기로 딸을 괴롭히는 무리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너는 내 운명>에서는 딸 새벽(윤아)을 싫어하는 시댁의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도 불사하며, <흔들리지마>에서는 딸 수현(홍은희)의 남편을 빼앗은 전남편의 의붓딸에게 폭력적인 언사를 도맡아 행한다. 천하의 악녀 수현이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딸보다 더 독한 캐릭터.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딸을 버린 죄에서 비롯되며, 죄를 사하는 길은 딸에게 도움을 주는 길뿐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잃지 않고 행동한다. 극이 전개되는 동안 존재하고 있다는 복선을 깔지 않고 갑작스레 등장하는 만큼 등장 이후의 스토리도 제멋대로다.

명대사: “이제부터 시작이야. 그 기집애 회사, 방송국 어디든지 쫓아가서 뒤짚어엎을 거야!” 유형: <하늘이시여>의 영선.

서민정 양금석 | KBS <너는 내 운명>

재벌집의 교양있는 중년 여성.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늘 우아한 몸가짐과 말씨를 유지한다. 그러나 아들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감춰두었던 속물 근성을 아낌없이 발휘한다. 특히 돈없는 인간들은 그녀 인생에서 함께 섞여서는 안될 분리수거해야 할 인물들이다. 착하고 능력있는 아들을 넘보는 천애고아 새벽은 그러니까 그녀 인생 최대의 적. 어느 모로 보나 호세와 어울리는 구청장 딸 ‘수빈양’(공현주)에게는 한없이 친절하다가도 새벽에게는 따귀를 때리거나, 물을 끼얹는 등 모욕적인 행동을 끊이지 않고 불사한다. 아들의 고집으로 새벽과의 결혼은 눈감았지만 언제든 이혼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혼인신고 서류를 자신이 해주겠다고 하고 가져가 몰래 찢어버리기까지 한다.

특히 급성백혈병으로 위험에 빠지고서도 새벽의 골수는 ‘걔 피가 내 몸에 들어오는 걸 생각만 해도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나선다. 전형적인 부잣집 사모님 캐릭터이자 시어머니 캐릭터. 시종일관 악의 축으로 드라마를 더 독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명대사: “너같이 근본도 없는 게 어디 내 아들이랑 결혼을 해.” 유형: <황금신부>의 양옥경, <행복합니다>의 이세영.

손풍금 사미자 | KBS <너는 내 운명>

유쾌발랄한 신식할머니. 여주인공을 괴롭히다 마음이 바뀌는 주변 인물의 전형이다. 큰아들네에 머무르는 손풍금은 새벽을 입양하겠다는 큰며느리 영숙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지만 이내 새벽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친손녀인 수빈과 새벽이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라이벌 관계라는 소식에 또 등을 돌린다. 대개 할머니 캐릭터는 시어머니와 한편 먹고 주인공을 시집살이시키는 시할머니로 등장하곤 했으나 여기선 주인공의 할머니로 설정됐다. 경우에 따라 얄미운 시누이 캐릭터로 대체되기도 한다. 사미자는 막장계의 불후의 명작 <인어아가씨>에서 은아리영의 시할머니 금옥선으로 출연한 바 있다.

명대사: “아유, 난 정말 걔랑 같이 못 잔다 못 자.” 유형: <인어아가씨>의 금옥선.

정하조 김동현 | SBS <아내의 유혹>

자수성가형 부동산 졸부. 허구한 날 고스톱판을 벌여대는 아내, 계집질 빼곤 할 줄 아는 게 없는 아들, 지능이 모자란 여동생 사이에서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인물. 며느리 은재를 못 괴롭혀 안달난 아내를 나무라긴 해도 그들 사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고, 애리와 결혼하겠다는 교빈에 반대하지만 아들의 또 다른 여자를 집 밖으로 내몰진 않는다. 방관자인 그도 유산 정리엔 발벗고 나서니 이 사건을 발단으로 은재가 뱃속의 아이를 잃고 만다. 돈 많고 배타적이며 원칙을 고수하려는 시아버지의 전형에, 과거와 관련된 비밀까지 감추고 있다. 아직 완전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은재의 조력자 민 여사가 과거 연인으로 자신을 대학까지 보내준 그녀를 배반한 바 있다고. 정 회장의 동생이라고 알려진 정하늘이 실은 그와 민 여사의 딸이란다. 어째 너무 감싸고 돈다 했더니.

명대사: “아이를 낳는 즉시 양육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써줘야겠다. 그 아이 내가 키워주마.” 유형: <흔들리지마>의 한진호, <에덴의 동쪽>의 신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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