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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같이 봐도 될까요?
김도훈 2009-12-24

영화화된 로알드 달의 작품들… 무섭지만 진실된 원작 매력 고스란히 담아

로알드 달의 작품은 의외로 영화화된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긴 한다. 무시무시한 어른 악당들과 그들을 능가하는 무시무시한 애어른이 주인공인데다가 갈 데까지 가는 폭력적인 에피소드들로 가득한 이른바 아동용 책을 영화화한다면 대체 그 영화의 주요 타깃층은 누구? 이쯤되면 로알드 달의 작품을 영화화하겠다는 감독 앞에서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이렇게 말하는 게 연상되지 않는가. “그러니까 자네는 애들 동화를 원작으로 R등급으로 만들겠다는 건가 지금?” 여하튼 90년대 이후 영국과 할리우드는 4편의 로알드 달 원작 영화를 내놨다. 하나같이 재미있다. 가장 훌륭한 아동용 영화는 가장 무시무시한(세상의 진실을 품고 있는) 아동용 영화라는 진실은 여기서도 완벽하게 통한다.

<루크와 마녀> (The Witches, 1990)

니콜라스 뢰그 | 안젤리카 휴스턴, 얀센 피셔, 블렌다 블레신

*시놉시스/ 자동차 사고로 부모가 죽자 할머니와 살아가는 소년 루크는 여행 도중 투숙한 호텔에서 마녀들의 집회를 몰래 엿보다가 들켜서 생쥐로 변하고 말지만 결국 마녀의 흉계를 막아낸다.

*로알드 달스러움/ 애들을 생쥐로 만드는 영화는 원래 좀 무시무시하다(애들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밟혀죽을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생쥐의 꼬리까지 잘라버리는 영화라면 더욱. <루크와 마녀>는 정말 저연령층 애들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200자평/ 이 영화의 공신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세명의 장인이다. 초현실적으로 기묘한 걸작 <워커바웃>과 <쳐다보지 마라>의 니콜라스 뢰그 감독. 셰어를 제외하면 마녀 역에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을 안젤리카 휴스턴. 그리고 짐 헨슨의 마법과도 같은 특수효과들. 기예르모 델 토로가 리메이크할 예정이다.

<마틸다> (Matilda, 1996)

대니 드 비토/ 마라 윌슨, 엠베스 데이비츠, 팸 페리스

*시놉시스/ 지적이고 초능력이 있는 소녀 마틸다는 전직 투포환 선수 교장과 지적 수준 떨어지는 멍청한 가족의 박해를 견뎌내고 결국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아름다운 허니 선생님과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로알드 달스러움/ 히틀러를 능가하는 폭군 교장선생은 아이들을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돌리다가 집어던지는 게 취미다. 물론 영화에서도 이 가학적인 취미는 여전하다. 그래도 영화의 등급은 PG(모든 관객이 관람 가능하나 보호자 동반 권고).

*200자평/ <장미의 전쟁> 같은 막가파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 대니 드 비토는 로알드 달 원작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즐거운 소품을 만들어냈다. 마틸다 역을 맡은 마라 윌슨(<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매력도 그에 못지않다.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James and the Giant Peach, 1996)

헨리 셀릭/ 사이먼 캘로, 리처드 드레이퍼스

*시놉시스/ 동물원을 탈출한 코뿔소에 부모를 잃고 사악한 이모들에게 학대받으며 자라던 고아 제임스는 마법으로 거대해진 복숭아를 타고 베짱이, 지네, 지렁이 등 많은 벌레들과 함께 꿈의 도시 뉴욕으로 향한다.

*로알드 달스러움/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함께 로알드 달의 가장 인기있는 작품 중 하나다. 다만 마음 여린 아이들이라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가학적인 제임스의 이모들이 등장하는 영화의 초반부를 견뎌내지 못했을지도(게다가 영화의 초반부는 실사영화다).

*200자평/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에 이어 팀 버튼과 헨리 셀릭이 또다시 손잡은 스톱모션애니메이션. 로알드 달 원작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비주얼을 보여주지만 원작의 매력을 완벽하게 살리지는 못하는 편이다. 클레이메이션보다는 특수효과를 이용한 실사영화로 다시 만들어진다면 좋을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팀 버튼/ 조니 뎁, 프레디 하이무어, 데이비드 켈리

*시놉시스/ 기겁하게 가난한 빈민 가정의 찰리와 무례하고 버릇없고 재수없는 일단의 아이들이 황금 티켓에 당첨돼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 견학갔다가 한명한명 끔찍한 방식으로 처단당하기 시작한다.

*로알드 달스러움/ 원작은 로알드 달의 가장 인기있는 대표작인 동시에 가장 소름끼치는 아동 학대극이다. 로알드 달은 버릇없는 애들은 이렇게 벌을 받는다고 아동 독자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게 틀림없다. 팀 버튼 영화는 원작의 에센스를 가감없이 화면에 담아낸다.

*200자평/ 가히 사도마조히즘적인 아동용 블록버스터의 최고봉. 영화의 분위기가 팀 버튼 영화 중에서도 가장 기분 나쁘게 뒤틀려 있는 탓에 해피엔딩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팀 버튼 영화로서는 평가를 좀 박하게 받은 편이지만 그보다 나은 평을 돌려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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