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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스타크씨, 업그레이드 많이 했나요?
김도훈 2010-05-04

<아이언맨2>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다섯 가지 키워드

<아이언맨>의 마지막 장면. 토니 스타크는 당당하게 커밍아웃한다. “내가 바로 아이언맨이다!(이 하찮은 잡것들아)” 슈퍼히어로 영화 사상 주인공이 제 입으로 (게다가 그토록 일찍) 정체성을 폭로한 건 처음이었다. 바로 그 순간 <아이언맨2>가 보통의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다르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 근데 뭐가 달라졌나. 우리도 그게 궁금하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아이언맨2>를 보기 전에, 꼭 알고 가야 할 다섯 가지 키워드를 뽑아봤다.

1. STORY: 악당이 너무 많아서 고민?

전세계는 이미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김없이 파리떼들이 몰려온다. 미국 정부는 아이언맨 슈트를 제공하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한다.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경쟁사인 해머 인더스트리의 저스틴 해머(샘 록웰)는 1인자 스타크의 존재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스타크 집안과 복잡하게 얽힌 과거사가 있는 러시아 기술자 아이반 반코(미키 루크)를 끌어들여 스타크를 죽이려 한다. 토니 스타크와 제임스 로드(돈 치들)는 여러 강적들에 맞서야 하는 와중에 글래머 비서 나탈리 러쉬맨(스칼렛 요한슨)을 새로 고용한다. 아뿔싸. 알고보니 그녀 역시 러시아 스파이 블랙 위도우였다. 간결하게 토니 스타크와 아이언맨의 탄생을 이야기하던 전편과 달리 <아이언맨2>는 수많은 적과 아군이 이리저리 얽히는 영화다.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갔던 <스파이더맨 3>의 비극이 떠오르는 사람이라면 존 파브로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안심하시라. 그에 따르면 “진정한 악당은 딱 하나”란다.

2. WAR-MACHINE: 역시 문제는 출연료였어

아이언맨의 오른팔인 워머신으로 변하는 제임스 로드 역에 테렌스 하워드가 하차하고 돈 치들이 들어섰다. <할리우드 리포트>에 따르면 문제는 출연료였다. 테렌스 하워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가 합류하기 전에 캐스팅된 덕에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아 챙겼다(이런 게 바로 선캐스팅의 축복이다!). 제작사인 마블은 속편 출연료로 전작의 절반 정도를 제안했고, 테렌스 하워드쪽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 캐스팅은 무산됐다. 존 파브로 감독이 전편에서 테렌스 하워드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해 과감하게 해고했다는 소문도 있다. 최근 테렌스 하워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불만을 표한 바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었다. 어떤 설명도 없이 계약이 사라졌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동안 마블 팬사이트에서도 테렌스 하워드를 지지하는 팬들의 청원이 줄을 이었다. 엄청난 부담을 갖고 <아이언맨2>에 참여한 돈 치들은 “항상 <아이언맨> <엑스맨> 같은 마블 코믹스에 푹 빠져 살았다”고 말한다. 존 파브로는 “현명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지적인 배우다.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배우”라고 말한다. 프로듀서는 “코믹콘에서 그를 환영하는 관객을 보면서 우리는 아주 만족했다”고 한다. 결과는 <아이언맨2>를 봐야 알 수 있을 거다. 돈 치들이 테렌스 하워드처럼 섹시한 에너지를 가진 배우가 아닌 건 분명하다. 다행인 사실은, <아이언맨2>에서 제임스 로드는 주로 은색 슈트를 입은 채 워머신으로 활약하게 된다는 거다.

3. SCRIPT WRITER: 시나리오작가의 교체, 믿을 만할까

또 하나의 변화는 시나리오작가다. 전편의 마크 퍼거스(<카우보이와 에일리언> <칠드런 오브 맨>)가 빠지고 <트로픽 썬더>의 저스틴 서룩스가 가담했다. 서룩스는 사실 배우로서 더 유명한 남자로(몇몇 독자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 브래드쇼의 조루증에 걸린 작가 애인으로 한 에피소드에 참여한 그를 기억하리라), 시나리오를 쓴 경험은 <트로픽 썬더>밖에 없다. 그를 끌어들인 장본인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저스틴은 예술가이자 르네상스맨이다. <트로픽 썬더>에서 그가 영화의 초반에서 구축했던 모든 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영화의 막판이나 되어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목소리도 좋고 유머감각도 좋고 유동적이다. 딱 우리 과다.” 아무리 그래도 <칠드런 오브 맨>의 퍼거스가 빠지고 서룩스가 가담한 게 미덥지 못한 팬이라면 이 말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아이언맨은 아직 완성된 단계가 아니다.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참여했다.”

4. VILLANS: 미키 루크는 러시아어, 스칼렛 요한슨은 코스튬에 맞는 몸을 연마

<아이언맨2>에서 최대의 적은 아이반 반코, 혹은 위플래시라고 불리는 러시아 기술자다. 제작진은 “아이반 반코의 캐릭터를 너무 신비롭게 다루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만화라면 몰라도 영화에서 비현실적으로 악당을 너무 강하게 그리는 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많은 만화 캐릭터 중에서 위플래시를 선택했다. 그 캐릭터는 기술적인 면에 바탕을 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아이반 반코 역을 맡은 미키 루크는 직접 러시아를 방문하면서까지 배역을 연기했다고 한다. “한 러시아 교도소에 머물면서 그곳의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교도소 내의 문신을 연구하면서 영화에서 아이반 반코의 온몸을 뒤덮고 있는 문신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문제는 영어만 쓰던 혀로 러시아어를 말하는 거였다. 일주일에 6일, 하루 3시간씩 선생과 함께 한 문장씩 발음을 연습했다니까.” 토니 스타크를 제거하기 위해 아이반 반코를 끌어들이는 또 하나의 악역은 샘 록웰이 연기하는 저스틴 해머다.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경쟁사 해머 인더스트리의 대표인 저스틴 해머는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견딜 수 없어 하는 인간이란다.

한편 스칼렛 요한슨은 스타크의 새 비서인 나탈리 러쉬맨을 연기한다. 물론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나탈리 러쉬맨은 사실 러시아 스파이 블랙 위도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요한슨은 말한다. “엄마가 <아이언맨>을 좋아했다. 코믹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가 재미있다고 할 정도면 재미있는 영화일 거라 확신했다. 그래서 영화를 봤는데, 로맨틱하고 현명하고 위트가 있더라. 속편을 만든다기에 올라탔다.” 문제는 그녀가 (마이클 베이의 실패작 <아일랜드>를 제외하면) 코스튬을 입고 액션을 벌이는 블록버스터에 출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존 파브로 감독은 “요한슨이 스턴트 장면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증언한다. “육체적인 훈련을 위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또 블랙 위도우 코스튬에 몸을 맞추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역시 중요한 건 코스튬에 몸을 맞추는 일이었나보다. 스칼렛 요한슨은 고백한다. “캐릭터 연구를 하면서 의상이 좀 섹시하겠네, 싶었다. 이런 의상은 한번도 입어본 적이 없어서 반나절은 멍한 상태였다.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군.” 스칼렛 요한슨에 따르면 블랙 위도우는 ‘손’을 주로 사용하는 액션 히어로라고 한다. 요한슨의 재능을 살려 가슴을 무기로 휘두르는 건 아니라는 걸 참고하시라.

5. SUIT: 이번에 진짜 슈트를 입는다!

<아이언맨>에 다 큰 남자들이 환호성을 내지른 이유? <아이언맨>이 남자들의 값비싼 기계장치 욕망에 불을 질러준 덕이다. 아이언맨과 다른 슈퍼히어로들은 다르다. 슈트(혹은 코스튬)는 아이언맨의 모든 것이다. 슈트가 없으면 슈퍼파워도 없고, 슈트를 입지 않으면 슈퍼히어로도 없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집 팔고 대출받아 포르셰를 한번 구입해보시라. 그걸 몰고 대로를 달리는 순간, 슈퍼히어로가 된 기분이 뭔지 알 수 있을 테니까. 촬영장에서 처음으로 워머신의 마크2 슈트를 입어본 돈 치들도 말한다. “슈트를 입으면 뭔가 내면의 힘이 느껴진다. 단지 시각효과를 위한 공들이 달려 있고 라이크라로 만들어진 슈트를 입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까. 무겁고 무더운 슈트를 입는 순간, 이게 시작이구나 싶다.”

<아이언맨2>의 문제는 1편에서 근사한 슈트를 제작한 전설적인 특수분장 대가 스탠 윈스턴의 사망이다. <아이언맨2>에는 스탠 윈스턴의 위업을 물려받은 특수효과 회사 레거시 이펙트가 새로운 슈트 제작에 나섰다. 레거시 이펙트쪽이 내린 가장 중요한 결정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좀더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반신 슈트를 입히기로 한 것이다. 사실 아이언맨은 CG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전편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슈트를 입은 채 얼굴을 드러내고 마음껏 활동하는 장면은 없다. 무겁고 딱딱한 슈트를 입고 걷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언맨2>에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상반신 슈트를 입고 연기하는 장면을 찍은 뒤, 하반신 슈트만 CG로 만들어 입혔다. 공동 프로듀서인 빅토리아 알론소는 설명한다. “로버트가 슈트를 입으면 실제 주인공처럼 보였다. CG 세상에서야 로버트가 실제 슈트를 입고 있지 않더라고 크게 상관이 없겠지. 하지만 우리는 항상 실제처럼 보이기를 원했다.” 속편에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얼굴을 드러낸 채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벌이는 액션을 좀더 볼 수 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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