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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 시즌3 공개를 계기로 다시 보는 시즌1과 2, 그리고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것들
김현수 2019-07-11

그것이 아직도 여기에 있어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즌3가 2019년 7월 4일 전편을 공개했다. 2016년 여름부터 시작해서 해를 거듭하며 시즌이 이어질수록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방대해지고 인기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금은 넷플릭스의 간판 드라마로 성장했다. 오리지널 블록버스터영화가 흥행을 좌지우지하던 과거 1980년대 할리우드의 향수가 진하게 풍기는 장르적 특징과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기묘한 이야기>는 최신 트렌드인 레트로 스타일의 음악과 디자인을 얹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시즌3 관람에 앞서서 다시 한번 시즌1, 2의 줄거리를 복습하면서 혹여 놓치고 지나갔을 이야기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함께 준비한 시즌 곳곳에 숨겨져 있는 트리비아는 다음 이야기를 예측할 중요한 키워드다. 얼마 전 내한한 게이튼 마타라조, 케일럽 매클로플린을 만난 이야기도 덧붙인다. 시즌3에 관한 결정적인 스포일러는 없으나, 이전 시리즈의 관람에 방해될 세계관 전반의 스포일러가 언급될 수 있음을 미리 알린다.

1980년대 인디애나주의 작은 도시 호킨스에서 의문의 실종신고가 연이어 발생한다. 호킨스 중학교에 다니던 한 소년이 사라지고 그를 찾아 나섰던 친구들은 이상한 능력을 지닌 소녀와 조우하게 된다. 그와 함께 수십년 동안 단 한건의 범죄도 없었던 평화로운 호킨스 마을에 피바람이 몰아쳐온다. <기묘한 이야기>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호킨스라는 도시에 나타난 소녀 일레븐과 그와 연을 맺은 친구들이 다른 차원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사이에 두고 미지의 존재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10대 소년 소녀들이 주인공이라서 제작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할리우드의 수많은 스튜디오로부터 거부당해야 했던 <기묘한 이야기>는 창작자인 더퍼 형제의 가능성을 미리 내다본 숀 레비 감독과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제작될 수 있었고, 단숨에 전세계 장르팬을 사로잡았다. 시즌1은 에미상 1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캐스팅상, 음향편집상, 메인 타이틀 주제곡상과 디자인상, 싱글 카메라 편집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고 골든글로브 2개 부문과 그래미상 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미 짜릿한 반전 효과를 만들어냈던 <기묘한 이야기>는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은 맷 더퍼, 로스 더퍼 형제 감독의 광적인 영화 취향에서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더퍼 형제는 자신들이 어려서 즐겨봤던 1980년대 할리우드 SF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요소를 교과서 삼아 차원의 문을 통한 ‘뒤집힌 세계’라는 거대한 세계관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역발상의 성공

모든 이야기는 호킨스 국립연구소 미국 에너지국에서 시작된다. 어떤 실험에 강제 동원됐던 것으로 여겨지는 소녀 일레븐(밀리 보비 브라운)이 연구소에서 도망쳐 탈출할 무렵, 호킨스 중학교 시청각 클럽의 네 멤버 중 한명인 윌(노아 슈냅)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의 단짝 친구 마이크(핀 울프하드), 더스틴(게이튼 마타라조), 루카스(케일럽 매클로플린)는 잃어버린 친구를 찾다가 일레븐과 조우하게 되는데 그녀는 멀리 떨어진 사물이나 사람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염력을 지닌 인물이다. 잃어버린 친구를 찾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일레븐의 정체도 숨겨야 하는 미션이 생긴 소년들의 모험담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앰블린 엔터테인먼트가 주로 만들던 <E.T.> <구니스>와 같은 1980년대 틴에이저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쏙 빼닮았다. 여기에 더퍼 형제가 만들어놓은 공포스러운 다른 차원의 세계와의 싸움은 <캐리> <샤이닝> <그것> 등 작가 스티븐 킹 소설 속 세계가 지닌 장르적 특징과 <던전 앤드 드래곤>이라는 당대 유명 게임의 세계관을 뒤섞어 놓은 것과 유사하다(73페이지 트리비아 참조). 드라마의 프로덕션 디자인과 음악 역시 1980년대에 유행했던 록음악이나 레트로 신스 웨이브 스타일의 요소로 꾸며 눈과 귀를 자극했다. 사실상 기획 단계 때 할리우드의 여러 영화사로부터 아동용 타깃 요소라는 이유로 지적받았던 것들이 모두 지금의 성공 요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가 19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과거의 요소로 점철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지금껏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온 SF 판타지에 익숙한 독자와 관객의 장르적 토양과도 무관하지 않다. 리들리 스콧, 제임스 카메론,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세계와 한편으로 1990년대를 통과하며 발전해온 게임 서사들, <아키라> <에반게리온>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친숙한 세대에게 스타일리시한 아날로그 충격 효과를 가져다준 사례이기도 하다. 극중 일레븐 역을 맡았던 밀리 보비 브라운이 이 드라마에 출연하기 전까지 카세트테이프가 무엇인지 몰랐다는 사실은 한편의 드라마를 둘러싼 문화적 토양이 얼마나 복합적으로 뒤섞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밀리 보비 브라운은 이 드라마 한편으로 21세기의 레아 공주 위치에 올랐다. 당연하게도 <기묘한 이야기> 곳곳에서 <스타워즈> 시리즈의 흔적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위 일레븐 세대에게 <스타워즈> 시리즈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가 바로 <기묘한 이야기>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1980년대 호러영화를 되살리다

시즌1, 2를 거치면서 뒤집힌 세계로 인해 위기를 겪게 되는 호킨스 마을과 사라진 윌을 찾기 위한 친구들의 힘겨운 노력은 소중한 친구 일레븐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가 극적으로 재회한다. 그 과정에서 뒤집힌 세계로부터의 위협은 점점 진화한다. 시즌1에서 수많은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데모고르곤과 시즌2에서 도시 전체를 집어삼킬 음모를 꾸미고 땅굴을 팠던 마인드 플레이어를 거쳐, 시즌3에 이르면 이는 보다 새로운 형태의 존재로 등장하게 될 것 같다.

더스틴이 괴수 다트를 집에서 기르다가 큰코 다칠 뻔했던 사건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 1985년 여름을 앞둔 이 시기에 극적으로 재회했던 마이크와 일레븐은 이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이들 사이를 은근히 질투하는 호퍼 서장(데이비드 하버)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마이크와 일레븐 사이를 떨어뜨려놓으려 한다. 과학캠프에 다녀온 더스틴은 거의 맥가이버에 준하는 능력을 갖춰 돌아왔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시청각 과학클럽 출신의 장기를 살리고 있는 건 그가 유일하다. 루카스와 맥스(셰이디 싱크)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낸시(나탈리아 다이어)와 조나단(찰리 허튼)은 호킨스 포스트에 각각 사진기자와 취재기자 인턴으로 취직한다. 그런데 잔심부름만 시키고 제대로 일을 주지 않는 회사에 대해 낸시는 불만이 가득하다. 스타코트몰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한 스티브(조 키어리)는 독특한 매력의 소유자 로빈(마야 호크)과 친해지는 중이다. 시즌3의 위기는 언제나 그랬듯, 윌에서부터 시작한다. 또다시 목덜미가 서늘해지기 시작한 윌은 말한다. “그것이 아직도 여기에 있어.”

이들이 살아가는 호킨스 마을도 변해가기 시작한다. 마이크와 일레븐을 비롯한 아이들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직전의 변화를 겪듯이, 호킨스 마을도 점점 상권이 번화하여 스타코트몰로 대변되는 기업 상권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시장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 유원지를 크게 늘리고 전시 행정을 하기에 바쁘다. 예고편을 이미 접한 독자들은 눈치챘겠지만, 시즌3의 메인 공간은 스타코트몰이다. 1980년대 문화 향유의 중심이었던 쇼핑몰은 이제 가장 끔찍한 죽음의 공간으로 탈바꿈할 준비를 마쳤다. 숀 레비 감독은 “그림자 괴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이며 시즌2가 마무리된 바 있다. 어둠과 그리고 그것에 맞설 거대한 싸움은 이번에도 계속된다”고 말했다. 그 배경은 바로 스타코트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작과 연출을 맡은 더퍼 형제는 쇼핑몰 하면 즉각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장르영화 가운데 이번에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를 꺼내들었다. 그들은 “쇼핑몰에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새벽의 저주>(1978)가 주요 모티브로 활용되었다. 우리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초기작들과 보디 스내처 장르의 영화들, 그리고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1982)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리는 이번 시즌을 확실히 호러 장르로 만들 계획이다”라며 시즌3의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이제 드라마는 일레븐과 친구들의 성장과 함께 더욱 고통스러운 위기에 직면해야 한다. 아마도 보이지 않는 정부의 위협은 계속될 것이며 마인드 플레이어의 공격은 더욱 지능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더스틴 역의 게이튼 마타라조는 얼마 전 <배너티 페어>와의 거짓말탐지기를 착용한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에서 중요한 배역의 인물 중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아주 잔인한 1985년의 여름이 될 것 같다. 더퍼 형제는 또 이번 시즌의 배경이 여름인 이유에 대해서 “캐릭터의 성장과 관련해서 여름이 가장 적합했다”고 말했다. 이 친구들에게는 “고등학교 직전의 마지막 여름”이 정말 중요한 시기다. “이때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두려운 시기다. 그 부분을 캐릭터의 성장과 연결시키고 싶었다.”

다시 돌이켜보면, <기묘한 이야기>의 아이들은 정부의 잔인한 실험의 희생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보이는 걸 그대로 믿지 않기 위해서 싸워왔다. 그들은 뻔한 어른이 되어가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세상을 의심하고 불의에 항거하며 살아갈 것이다. 어떠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친구를 배신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 호킨스 마을에서 벌어질 올여름 최고의 이벤트를 만나러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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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