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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직 바이 시아', 사람에 대한 이해 없는
정예인 2022-12-14

뮤직(매디 지글러)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다. 타인과의 소통은 쉽지 않지만 뮤직은 다정한 할머니와 친근한 이웃의 도움으로 경쾌한 나날을 보낸다. 규칙적이어서 안온하던 그의 삶에 달갑지 않은 변화가 찾아온다. 할머니가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할머니의 빈자리에는 오래전 집을 떠난 이복언니 주(케이트 허드슨)가 들어선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달걀프라이 2개로 식사하고, 곱게 땋은 머리를 한 후 동네 산책을 나서는 뮤직의 루틴을 알지 못하는 주는 사사건건 뮤직과 부딪힌다. 주는 뮤직의 이웃인 에보와 조지로부터 조언을 얻으며 뮤직과 가까워지고자 노력한다. 그 덕에 두 자매의 현실은 잠시나마 산뜻해진 듯 보인다. 그러나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됐던 주가 생계를 위해 마약 배달에 손을 대면서 가족이 조각날 위기에 처한다.

영화는 싱어송라이터 시아(SIA)의 세계관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Chandelier>로 잘 알려진 시아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작품이어서, 뮤직 역의 매디 지글러가 시아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경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과장된 제스처와 표정을 통해 개인의 내면을 시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화는 짧은 뮤직비디오와 유사한 극적인 뮤지컬 장면을 들여와 인물의 세계를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다만 뮤직비디오에서는 효과적이었던 시아의 표현 방식이 영화의 문법에서는 어긋나 있다. 과도하게 삽입된 음악은 내러티브를 분절하며 몰입을 방해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재현 방식도 문제적이다. 뮤직 역을 맡은 매디 지글러의 과잉된 연기는 자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비판 없이 재생산하고, 그렇게 탄생한 뮤직은 입체적 인물이기보다 서사를 위한 장치로 기능해 아쉬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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