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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도그맨', 인간과의 관계엔 불행이, 동물과의 관계엔 구원이
조현나 2024-01-24

핑크 드레스에 금발 머리를 한 남자가 한밤중에 긴급 체포된다. 거동이 불편한 그는 수십 마리의 개를 트럭에 태운 채 이동 중이었다. 경찰 앞에선 함구했으나 정신과 의사가 찾아와 사연을 묻자 그는 조금씩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자신을 더글라스(케일럽 랜드리 존스)라고 소개한 남자는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다. 어머니는 가출했고 형과 아버지는 투견을 키우던 사육장에 오랜 기간 그를 방치했다. 결국 경찰에 구조됐지만 아버지가 쏜 총탄에 맞아 보조 장치 없인 걸을 수 없게 됐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그의 곁을 마지막까지 지킨 건 수백 마리의 개들이었다. 인간관계보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신뢰하는 영화의 태도는 뤼크 베송 감독의 전작 <그랑 블루>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도그맨>은 인간-동물의 관계를 감동적으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악을 처단하는 수호자로서 묘사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일부 비약적인 요소가 존재하지만, 더글라스의 비극을 노래로 승화한 케일럽 랜드리 존스와 115마리에 이르는 개들의 연기가 이를 상쇄한다. <니키타> <레옹>을 연출한 뤼크 베송 감독의 5년 만의 신작으로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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