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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추락의 해부’, 정교한 카메라를 따라 관계의 피부를 절개하는 의심의 칼날
박수용 2024-01-31

산장에서 발생한 한 남자의 의문의 추락사. 의학적 사인은 두부외상, 법의학적 사인은 사고 혹은 의도가 개입된 사망. 같은 시간 유일하게 산장에 있던 아내 산드라(잔드라 휠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최초 목격자인 아들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네르)은 시각장애로 인해 신빙성 있는 증언을 하지 못한다. 추락의 원인을 되짚는 법정에서 단란해 보이던 가정의 속사정이 낱낱이 해부된다. 법정물과 가족 드라마를 절묘하게 엮어낸 <추락의 해부>는 가족이라는 세계의 지엽적 단면이 폭력적인 의심의 체계 아래 곡해되는 과정을 그린다. 확실한 물증이 없어 정황증거만으로 판단하는 법정은 다니엘에게 두개의 가정적 진실을 제시한다. 반면 애증의 얼굴을 오가는 잔드라 휠러의 열연은 단단히 유착된 가족관계의 진실은 간단히 분리해낼 수 없는 것임을 역설한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인격 살인의 대상이 되는 산드라와 무너지는 가족공동체는 무자비한 의심과 이분법적 사고로 점철된 사회의 현주소를 곱씹어보게 한다. 하이앵글과 로앵글을 오가는 촬영과 다니엘 주위로 대칭 구조의 법정을 패닝하는 숏들은 수사에 의해 혼란에 빠지는 모자를 담는다. 2023년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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