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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Review] 해부학 시간
2002-09-23

■ Story

여학교의 해부학 수업 시간. 세 명의 군인들이 들어와 자살을 하고 학생들을 위한 실험용 사료가 된다. 실험 시작 전 교사가 전화를 받고 교실을 나가고, 아이들은 "우리끼리만 있으니까 해보고 싶었던 걸을 다 해보자"는 한 소녀의 의견에 동조해, 시체의 성기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 그러던 중 불이 나 시체 한 구가 타 버리고, 소녀들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그들 중 누구 하나가 새로운 시료가 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 Review

"인간성 말살이 극한에 이르고 개인이 조직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시대를 배경으로 우리사회에 잔재하는 군사문화의 폭력성과 학교교육의 문제점, 사제간 불신풍조를 다루고자 했고 또 흔히 보여지는 성폭력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뒤집어 보았다"는 '연출의 변'은 이 작품을 매우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이성적인 설명 이전에, 감성적인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군인이 학생의 실험용 시체가 되기 위해 교실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고, 아이들은 그것을 보고 박수를 치고, 결국은 그들 가운데서 또한 명의 희생양을 찾으려 한다니. '반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 투표에서 1위를 한 아이는 '가장 필요없다'는 이유로 죽어야 될 사람으로 꼽히고, 그 아이만 제외하고 모두가 무표정하다. 교사 역시 마찬가지. 그는 아이들을 실험실 안에 가두고 스스로의 책임을 방기하고 어디론가 떠날 뿐이다. 다소 소재가 비슷한 일본장편 <배틀 로얄> 못지 않은 충격으로, 이 짧은 단편은 꽉 차 있다. 밴쿠버, 상파울로, 스톡홀롬, 시체스, 시드니 등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고, 2001년 프랑스 에뜨랑제 영화제에서는 단편경쟁부문 대상을 받기도 한 화제작이다.최수임 sooee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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