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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형 블럭버스터,<방라잔>
2002-12-09

■ Story

1765년 미얀마의 왕권을 잡은 망그랑 왕은 그의 반대 세력을 지원하는 야유디야를 공격하기 위해 두개의 부대를 출정시킨다. 그중 하나인 네메아오의 부대는 방라잔 마을 사람들의 저항에 부딪친다. 방라잔 사람들은 뛰어난 전사인 잔을 찾아 마을 사람들을 통솔해줄 것을 부탁한다. 방라잔 사람들은 미얀마군의 대포에 맞서기 위해 야유디야에 대포 원조를 요청하지만 실패한다. 큰 전투가 다가올 즈음, 대포가 도착하지만 그것은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방라잔 사람들은 스스로의 칼과 창으로 마을을 지켜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 Review

타이, 야유디야 시대를 배경으로 일어난 방라잔의 활약은 수세기에 걸쳐 문학과 영화, 텔레비전 시리즈로 전해져왔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왜 싸우는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으며, 그 이유를 알고도 감정의 파고를 타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이인들에게 이 소재는 너무나 낯익은 역사의 교과서일 것이다. 지금도 마찰을 빚고 있는 미얀마와의 관계 속에서 이 영화는 타이인들의 민족적 의지를 자극하며 타이 내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현실의 문제가 역사의 한장을 빌려와 재생되고 있으며, 그 민감함이 산업적 흥행으로 보증받은 셈이다.

타닛 감독은 묘사의 초점을 방라잔 사람들과 미얀마군 사이의 대립에 맞추어놓았다. 미얀마군의 잔인한 학살장면과 그에 저항하는 방라잔 사람들의 정의로운 투쟁이 이분의 선을 긋는다. 여기에서 타이인들은 의문의 여지없이 한편에 서려 할 것이다. 흥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그 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타닛 감독은 쉽게 그저그런 흔한 싸움처럼 보일 수 있음을 염려하면서도, 이것이 정말 벌어진 일임을 각인시키면서도(처음과 끝을 열고 닫는 설명들), 한편으론 캐릭터의 전형화와 상업영화로서의 구색들을 갖추어놓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쓴다. 격렬하게 벌어지는 전투장면들, 특히 방라잔 사람들이 전멸당하는 장면들은 생생한 전투를 실감시키기 위해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전투장면말고도 좀더 작은 로맨스가 있고, 로맨스 사이사이에는 그보다 또 좀더 작은 부분의 웃음이 있다. 누구도 따를 자가 없는 뛰어난 전사, 술에 곤죽이 되어 있으면서도 용기백배한 반골적인 전사, 남자들에 못지않은 열정을 지닌 여전사, 이들에 맞서는 잔인하게 추상화된 미얀마군, 그리고 어김없는 희생자들이 방라잔의 전투현장을 메운다. 결국 방라잔은 미얀마군에 의한 몰살의 현장이 되고, 그들의 정의로움과 로맨스와 웃음은 미얀마군조차 칭송할 정도였다는 영웅적인 겨레의식의 수준으로 고취된다.

현재도 문제가 되고 있는 역사의 맥락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전형적인 대립의 서사구조가 실력있는 솜씨로 담아져 있다는 점에서, 그 둘이 취합되어 상업적인 환호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아마도 ‘타이형 블록버스터’쯤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정사헌/ 영화평론가 taogi@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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