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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뒤바뀐 몸통과 양념,<아메리칸 파이 웨딩>
■ Story

짐(제이슨 빅스)과 미셸(알리슨 해니건)이 가정을 꾸리기로 결심하자 고교 동창생들이 결혼 준비를 돕기 시작한다. 짐은 고교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말썽꾸러기 스티플러(숀 윌리엄 스캇)를 어떻게든 배제하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다. 짐의 결혼 사실을 알아버린 스티플러는 총각 파티를 직접 준비하겠다고 나서고 미셸의 여동생까지 넘보기 시작한다.

■ Review

외설스런 파이에 도덕적인 양념을 뿌려 안전한 맛을 낸다. 3편이라고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몸통과 양념이 뒤바뀐 형국이다. 몸통은 결혼식이다.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줄 기념식에 어떤 불신도 가하지 않는다. 괴팍한 철학도 같은 친구 핀치가 “결혼이란 영원히 서로를 속박하며 간섭하고 시들어가는 거야”라고 아주 잠깐 한탄하지만 짐은 이 충고에 1초도 주저하지 않는다. 양념은 당연히 질펀한 성적 농담과 에피소드들이다. 신랑 친구가 신랑의 할머니와 ‘응응응’을 해도, 신랑 친구가 또 다른 친구의 어머니와 ‘응응응’을 해도 전혀 불온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성스런 결혼식을 축복해주는 깜찍한 퍼포먼스들이다.

결혼과 외설의 기묘한 동거는 첫 장면부터 시작된다. 짐이 미셸에게 청혼 장소로 택한 우아한 레스토랑. 본론을 꺼내려는 순간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온다. 반지를 빠뜨리고 반지통만 들고 갔다고. 짐의 속내를 오해한 미셸이 식탁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모종의 행위를 시작하고, 사라진 미셸의 자리에 반지를 들고 온 아빠가 앉는다. 어찌어찌하다 짐이 바지를 벗은 채 벌떡 일어서는 사건을 일으키지만 어쨌든 청혼 작전은 성공한다. 반지 심부름에서도 드러나지만 파이 시리즈의 든든한 동반자는 아버지다. 짐의 아버지는 아들과 예비며느리가 아무리 민망스런 소동과 말을 쏟아내도 늘 온화한 미소를 짓으며 듬직하게 뒤를 받쳐준다.

파이에 몸을 비벼대야 했던 짐의 욕구는 거의 사라진 듯 보인다. 대신 뛰어난 스포츠맨이나 ‘똘아이’로 불리는 친구 스티풀러가 문제다. 그의 리비도는 늘 폭발 직전이다. 짐이 치렀던 수많은 소동들을 예비신랑 대신 해치우는 몫을 맡았다. 스티풀러의 과장스런 표정이나 몸짓처럼 스티풀러 주연의 에피소드들은 억지처럼 나열된다. 그래서 결혼과 외설의 동거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신선도가 떨어진다. 이성욱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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