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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끌어안는 여성의 본능적 공포, <디 아이2>
김용언 2004-05-25

자궁은 삶과 죽음이 하나로 통합되는 공간이다

실연의 괴로움에 자살을 기도했던 조이(서기)는 임신 소식을 듣고 낙태를 고려하지만,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보고 마음을 바꾼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조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창백한 여인이 갑자기 진입하는 지하철 앞에 몸을 날린다. 경악하는 조이, 그러나 시체는 어디에도 없다. 그녀는 자신이 귀신을 볼 수 있게 됐다는 끔찍한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데,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귀신들이 언제나 임신부 주변을 맴돈다는 점이다.

2002년 부천영화제에서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개봉 당시에도 쏠쏠한 인기를 모았던 옥사이드 & 대니 팡 형제의 <디 아이>는 ‘(귀신을)본다’라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공포를 시리즈화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었다. 이제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디 아이2>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이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버린 ‘Urban Legend’에 속하는 다양한 귀신들이 다시 한번 시각화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택시, 목욕탕, 지하철 플랫폼, 응급실 등에 공공연히 출현하는 귀신들은, 사지절단 난도질 슬래셔 무비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무심한 일상적 느낌 때문에 한층 소름이 끼친다. 그러나 이 귀신들은 장르적 속성, 몇분에 한번씩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해야 한다는 익숙한 공식에 충실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그리 새롭지는 않다.

이 영화에서 훨씬 두려운 부분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거의 본능적인 공포와 관련되어 있다. 영화는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와 양수의 분비물들로 뒤범벅이 된다. 여성의 육체가 ‘비천함’으로 해석되었던 고전적인 시각과 관련되어, 축복받지 못하는 임신을 홀로 감내하며 두려움과 고독에 맞서 싸워야 하는 연약한 육체는 이 영화에서 진정한 공격과 연민의 대상으로 드러난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를 연상케 하는 상황 설정, 즉 악마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노린다는 설정이 동양적 윤회관과 결합되며 죽음과 삶이 하나로 통합되는 의외의 반전으로 치닫는다는 점이다. 언제나 서구 공포영화의 전통에서 ‘타자-공포와 혐오의 대상’이었던 귀신이라는 존재가 이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포용되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아이를 낙태하고, 혹은 죽음으로 영영 결별하는 경험에서 오는 지독한 상실감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윤리적’ 세계관은 단순한 공포의 제거가 아닌 치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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