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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직시하는 영화, <마이 제너레이션>
김현정 2004-11-30

한번도 푸른 생기를 가져본 적 없는 청춘, 아직도 잃을 게 너무나 많다.

청춘은 이미 청춘이 지난 사람들에게만 빛나는 시절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그 무렵엔 대부분 실수를 많이 했고, 가난했고, 멀리 보지 못했다. 전주와 부산영화제 등을 통해 먼저 알려졌던 <마이 제너레이션>은 그런 청춘을 직시하는 영화다. 기억하는 과거라기보다는 겪고 있는 현재에 가까운 청춘을 기록한 이 영화는, 삶은 누구에게나 가혹하다고 말한다. 카드깡, 빚보증, 체념, 지루한 밤. 조금도 드라마틱하지 않은 이 나이먹은 단어들이 나의 세대 혹은 우리의 세대를 구성하고 있다고.

영화감독을 꿈꾸는 병석(김병석)은 결혼식 비디오를 찍거나 고깃집에서 불을 피우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먹고산다. 그의 여자친구 재경(유재경)은 사채업자 사무실에 취직하지만 우울해 보인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해고당한다. “영어공부라도 좀 해보지 그래?”라는 핀잔과 함께. 정말 그녀는 딱히 할 줄 아는 일이 없다. 인터넷 홈쇼핑에서 물건을 떼다 팔던 재경은 그나마 사기를 당하고, 빚을 갚기 위해 카드깡 업자를 찾아간다. 막막하기로는 병석도 뒤지지 않아서, 형이 자기 이름으로 빌려쓴 돈을 갚기 위해 아끼던 비디오카메라를 팔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아는 사람들을 데려와서 <마이 제너레이션>을 만든 노동석 감독은 값싸고 가벼운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해서 피사체와의 거리를 줄일 수 있었다. 이 영화의 배우들은 모두 아마추어지만, 서툴다기보다 정직하고 생생하다. 주말에만 모여서 더디게 영화를 찍은 노동석 감독은 그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프레임을 무너뜨리듯 카메라 너머 배우들의 경험을 끌어냈다. 재경이 카드깡 업자를 따라서 길고 좁고 음침한 골목을 따라가는 장면이나 눈물 맺힌 재경이 병석을 향해 “카메라 끄면 말할게”라고 말하는 마지막은 매체의 장점과 신선한 연출방식의 조화가 빛나는 대목이다.

소규모 스탭을 거느리고 먼거리를 이동하면서 찍은 <마이 제너레이션>은 정밀하지만 단조로운 흑백 화면 때문에 카메라를 숨기고 찍은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 때문에 이 영화의 우울한 정서는 더욱 현실적이다. “나쁜 짓은 하면 안 돼”라고 말하면서 밥상을 차려주는 연인이 있더라도, 삶은 흑백일 수밖에 없고, 잠깐 찾아든 온기는 종잇조각을 모아 피운 불처럼 금세 꺼져버린다. 카메라를 끄고난 병석과 재경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음날이 되면 카메라를 팔아야 하고, 카드깡한 300만원은 열달 안에 갚아야 하는데.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시간을 통과해서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하룻밤만 더 카메라를 가지고 있고 싶어하는 병석의 소망은 그가 어떻게든 계속 살아갈 거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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