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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래피, 뮤지컬과 만나다, <흔들리는 구름>

가뭄이 들어 온 국민이 물 대신 수박주스를 마시며 살고 있는 타이베이의 어느 날. 여자(천샹치)는 개천에서 수박 하나를 건져 집에 갖고 가는 도중에 공터에서 잠을 자고 있는 남자(이강생)를 발견한다. 둘의 애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정황으로 보면 이 둘은 이미 과거에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 같지만, 영화는 그걸 속시원히 알려주지 않고 혹은 몰라도 괜찮다는 투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도 모르는 것은 있다. 남자의 직업은 포르노 배우다. 여자는 그 사실을 모른다. 어느 날 여자가 우연히 남자의 직업을 알게 될 때쯤 이미 영화는 종반에 다다랐고, 기묘하게 완성되는 둘 사이의 포르노그래피적 애정 행위는 그 순간 펼쳐진다.

<흔들리는 구름>은 차이밍량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다. 동명의 1960년대 번안대중가요에서 제목을 따왔고, 그 노래는 마지막 장면에서 유유히 흐른다. <흔들리는 구름>에서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라고는 여자가 남자에게 던지는 한마디뿐이다. 그러나 대신 여기에는 뮤지컬이 있다. 차이밍량의 전작 <구멍>에서 확인했듯이 뮤지컬은 인물들에게 판타지를 제공하는 자기 위안의 공간이다. 주인공들은 뮤지컬이라는 환상의 양식 안에서만큼은 침묵을 깨고 춤추고 노래한다. 다른 설명이 더 필요하겠지만, 일단 뮤지컬의 도입이라는 측면에서 <흔들리는 구름>은 <구멍>과 유사함을 보인다. 덧붙여 영화 속에는 또 하나의 이미지가 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라면 뮤지컬과 동석하기 힘든 포르노그래피다. 이건 인물들에게 슬픈 현실의 한 자락으로 작용한다. 서로 구애의 몸짓을 보내는 남자와 여자 사이를 안 보이는 형태로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다. 그러나 영화 속 남자와 여자는 마지막 순간에 이 장애물을 넘어 놀라운 역전의 결말에 이르고야 만다.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전의 작품들에서 그저 배태되어 있던 섹스의 의미를 급진적이고 충동적인 방식으로 차이밍량이 전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흔들리는 구름>은 뮤지컬과 포르노그래피라는 함께할 수 없는 것들을 한자리에 놓고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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