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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있는 애니메이션, <빨간모자의 진실>
김나형 2006-04-14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의 한 장면이 펼쳐진다. 빨간모자가 집 안으로 들어서고, 할머니 복장을 한 늑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이 입씨름을 벌이는 것까지는 동화와 비슷한데 이후 조금씩 이야기가 달라진다. 갑자기 벽장에서 꽁꽁 묶인 할머니가 튀어나오고, 그와 동시에 도끼를 든 거대한 사내가 창문을 깨고 집 안으로 들이닥친다. 네 사람은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 서로 마주보며 비명을 질러댄다. 할머니 집의 소동을 정리하려 출동한 경찰은 가택침입, 협박 정도로 사건을 대충 마무리지으려 한다. 그러나 때마침 개구리 형사가 등장하여 네 사람의 진술을 차례로 들어보자고 한다. 빨간모자, 늑대, 사나이, 할머니는 자신이 왜 할머니 집에 오게 되었는지 차례로 설명한다. 그리하여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 최근 마을 빵집의 요리 비법이 새나가고 있고, 이 네 사람 모두 요리책과 관련이 있다는 것. 이리하여 넷은 요리책 도난사건 용의자 선상에 오르게 된다. 동화 <빨간 두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재치있는 애니메이션.

더빙판만 개봉한다구?

할머니 역의 김수미

대부분 어른들은 한국어 더빙판을 싫어한다. 성우들의 정형화한 목소리 연기가 애니메이션을 보는 재미를 반감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겐 <빨간모자의 진실>이 한국어 더빙판만으로 국내 개봉을 감행한다는 것이 불행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김수미, 노홍철, 강혜정, 임하룡 등이 참여한 <빨간모자의 진실> 한국어 더빙판은 상당히 훌륭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배우의 성격과 캐릭터 자체가 가진 성격이 잘 맞아떨어지며, 재치있는 한국어 연출이 웃음을 더한다. 산만한 다람쥐의 입에서 노홍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김수미 목소리의 할머니가 “나 프란체스카 봐야 돼, 시방” 할 때 한국 관객들은 웃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늑대. 생긴 건 늑대인데, 어딘가 멀더를 연상시키는 지적이고 점잖은 목소리로 “변호사를 불러주세요” 따위의 멘트를 날린다.

뒤집고 비틀기

<빨간모자의 진실>은 할리우드 상업영화들이 보여주는 클리셰들을 유쾌하게 비꼰다. 추리극의 구도, 부모 자식이 갈등할 때 곧잘 사용되는 진부한 음악과 회상장면, <인어공주>류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되는 노래와 음악 같은 것들이다. 이를테면 빨간모자가 산양을 만나는 장면. 그가 노래를 하자, 빨간모자는 말로 하면 될 걸 왜 굳이 노래로 하냐고 다그친다. 산양 말하길 “마녀가 내게 마법을 걸었다네에~~!” 그래서 그는 노래밖에 할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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