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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하지 않은 우디 앨런의 영화, <매치포인트>
오정연 2006-04-21

가난한 테니스 강사 크리스(조너선 리스 메이어스)는 상류층 친구 톰(매튜 구드)을 통해 그의 여동생 클로에(에밀리 모티머)와 그 가족들을 알게 된다. 신분 상승을 꿈꾸던 크리스는 클로에의 소개로 그녀의 아버지 회사에 취직하고, 클로에와 결혼하면서 꿈을 이뤄나간다. 그러나 그는 톰의 약혼녀였던 노라(스칼렛 요한슨)와 금지된 사랑에 빠져든다. 크리스를 향한 노라의 당연한 집착이 드러나면서 크리스의 이기적인 욕망은 점차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이제 크리스는, 생각지도 못했던 결심을 실천에 옮기기에 이른다.

우디 앨런의 영화, 이렇게 달라졌다.

뉴욕이 아니다 “그(우디 앨런)보다 더 뉴욕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그가 런던 올 로케이션으로, 영국 배우들을 거느린 채 자신의 새 영화를 찍었다. 일부 영국 평론가들은 우디 앨런이 런던을 담은 방식이 (뉴욕을 다룬 것과 달리) 유명한 관광명소를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지만, 대부분 ‘구세계’의 뿌리깊은 계층사회의 치부를 잘 드러냈다는 평이다.

코미디가 아니다 <매치포인트>는 <또다른 여인>과 함께 코믹하지 않은 우디 앨런의 영화로 분류될 수 있다. 일찍이 앨런은 <범죄와 비행>에서, 사회적 명성과 정부(情婦) 사이에서 고민하는 위선자를 주인공으로 삼았었다. 그러나 영화의 나머지 반은 코미디로 구성한 <범죄와 비행>과 달리, <매치포인트>는 철저하게 크리스의 타락에 집중한다. 마지막 순간 크리스가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한점(매치 포인트)을 얻게 되는 반전 만큼은, 앨런의 여느 영화에서 맛볼 수 있었던 유머를 모두 합친 것에 버금간다. 절대 놓치지 말 것.

재즈가 아니다 본인 자신이 클라리넷 연주자인 우디 앨런은, 수다스럽고 즉흥적인 자신의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즐겨 재즈를 사용했다. 그러나 영국을 무대로 하여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비극을 다룬 스릴러물 <매치포인트>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오페라뿐이다. <오델로> <라트라비아타> <리골레토>의 아리아들이 영화 속 인물의 심리와 상황에 맞추어 선곡됐다. 특히 빈번하게 깔리는 노래는 카루소가 부른 <사랑의 묘약> 속 아리아. <사랑의 묘약>은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이라고 속아서 마시게 된 청년이 우연의 힘으로 해피엔딩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의 희극 오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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