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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고발극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
2007-08-15

시대의 음울한 공기를 탄탄한 심리드라마로 드러내는 솜씨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사회고발극이다. 배경은 제목 그대로 1977년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한 축구팀의 골키퍼로 있는 클라우디오(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가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된다. 교외의 한 음산하고 거대한 저택 ‘아틸라’에 감금당한 그는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로부터 모욕적인 심문과 구타에 시달린다. 그는 곧 자신을 납치한 사람들이 군부 정치 세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아무리 결백을 호소해도 소용이 없다. 더불어 그는 자신처럼 끌려와 같은 방에서 고문당하고 있는 세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된다. 감금된 지 4개월여가 지났을 때쯤, 클라우디오와 3명의 친구들은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밤, 그들은 창문을 열고 팬티만 걸친 채 심야의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한다.

아르헨티나로부터 온 낯선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에 대한 눈에 띄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다는 사실과, 주인공 클라우디오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가 월터 살레스 감독의 <모터싸이클 다이어리>(2004)에서 게바라(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와 긴 여행을 함께했던 알베르토 그라나도 역을 연기한 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라는 것 정도다. 하지만 납치와 함께 긴박하게 시작하는 이 영화는 곧장 매서운 흡입력을 발휘한다. 그들이 감금당한 저택 아틸라는 그 어떤 공포영화 세트보다 무시무시하다. 좁지도 어둡지도 않지만 사방이 꽉 막혀 마치 악마의 영혼이 내려앉은 것 같은 그곳은 극도의 폐쇄공포증을 유발한다. 당시 어울릴 만한 집을 찾아다니던 제작진은 끝내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고 아틸라를 직접 지었다. 그만큼 촬영, 조명상의 치밀한 계산이 반영된 이곳은 영화의 정서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실제 약 1만에서 3만여명의 아르헨티나 청년들이 아틸라에서 싱싱한 청춘을 유린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첫 번째 장편 <볼리비아>(2001)로 칸영화제에서 젊은 비평가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아드리안 캐타노 감독은, 불과 18살에서 20살 된 젊은이들이 발가벗은 채 필사적으로 밤거리를 달려 아틸라를 탈출했다는 당시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세 번째 장편영화를 완성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먼저 초청됐던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은 그로부터 얼마 뒤 경쟁부문으로 ‘격상’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1977>은 암울했던 시대를 향해 바치는 진심어린 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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