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지독히 외로운 두 남녀의 무력한 표정 <스토킹 그리고 섹스 2>
강병진 2007-08-29

외롭다는 신세 한탄의 피로감

도서관 사서인 유코(가와이 아오바)의 알람시계는 코시노(엔도 마사시)의 일상에 맞춰져 있다. 그의 출근을 배웅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녀는 그가 씻을 때 씻고, 그가 먹을 때 먹고, 그가 잠들 때 잔다. 하지만 둘은 부부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위층 남자와 아래층 여자의 관계다. 유코는 천장 너머로 그의 숨소리를 듣고 그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미소 짓지만, 코시노의 눈은 또 다른 여자를 쫓고 있다.

<스토킹 그리고 섹스2>에서 섹스는 별로 중요치 않은 부분이다. 스토킹과 섹스가 이야기를 끌고가는 소재이긴 하지만, 영화는 느릿한 연출로 지독히 외로운 두 남녀의 무력한 표정을 담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하릴없이 천장을 바라보는 유코나 아무런 감흥없이 직장과 집을 오가는 코시노는 모두 자신을 외부와 단절시킨 도시남녀다. 유코는 코시노의 집에 숨어들어가 그의 화장실을 사용하고, 그의 칫솔에 머리카락을 감아놓는 등의 스토킹을 하지만 코시노에게 해를 가하는 법은 없다. 오히려 그녀는 베란다에 널어놓은 그의 빨래가 젖을까 노심초사하고 자신을 몰라주는 그에 대한 증오를 스스로를 망가뜨리면서 드러낸다. 영화는 소통 불가능한 현대인의 모습을 쉴새없이 보여주지만, 관객이 그들의 외로움을 공감하게 만드는 데에는 소홀하다. 관객이 보게 되는 건 유코가 느끼는 고독함이 아니라 그녀의 외로움을 강조해야 한다는 감독의 강박이다. 가상의 코시노를 옆에 뉘여놓고 섀도 섹스를 하거나, 키가 닿지도 않는 천장에 손을 대려 폴짝폴짝 뛰고 있는 유코의 모습은 슬프기보다는 지겹다. 외롭다는 투정도 이쯤 되면 선뜻 달래주기가 쉽지 않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