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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를 고발하는 우화 <더 펫>
주성철 2007-12-05

강대국의 약소국 인신매매를 고발하는 우화

백만장자 귀족 필립(피에르 둘렛)은 애완견 타라를 잃은 뒤 사람을 애완인으로 데리고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있던 메리(안드레아 에드먼슨)는 그 제안을 따른다. 메리는 이제 ‘지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알몸으로 지낼뿐더러 정말 애완견처럼 철창으로 된 집에서 지낸다. 그러면서 메리는 점점 지능을 잃고 황폐해져 간다. 필립은 젊고 품질 좋은 새 애완인을 사람들에게 과시하려 하고 결국 GSM(Global Slave Market)이라는 인간노예 시장에 지지를 전시하게 된다.

정말 완전히 벌거벗은 애완인을 줄에 매달아 진지하게 거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디스토피아적인 SF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눈밭을 정말 개처럼 뛰어다니는 애완인을 보고 있으면 기괴한 코미디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메리칸 핌프>(1999), <바이커 보이즈>(2003) 등에서 스틸 작가로 일했고 지금도 스틸 작가를 겸하고 있는 D. 스티븐스 감독은 마치 <파이트 클럽>(1999)처럼 음지에서나 존재할 법한 가상의 세계를 풍자하고 있다. 그렇게 영화는 인신매매라는 테마 속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애매모호한 상태로 흘러간다. 단순한 실험적 스타일 이상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 영화는 ‘자신의 자유를 자진해서 남에게 맡기는 것은 삶의 한 방식이다. 노예는 그것을 선택할 수 없다’는 자막과 함께 성착취와 노동을 목적으로 여자와 아이들을 매매하는 국제 밀거래 국가들의 이름을 나열한다. <더 펫>은 ‘제국’을 향해 돌을 던지는 기묘한 실험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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