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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ck’의 역사에 관한 수다 <그것에 관하여>
이영진 2007-12-19

누구나 말하지만 누구도 말해선 안 되는 ‘Fuck’을 찾아서

인류가 처음 세상에 나와서 내뱉은 말은 뭘까. 다큐멘터리 <그것에 관하여>는 아마도 ‘Fuck!’이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성교하다, 저주하다 등의 뜻을 가진 ‘Fuck’은 실생활에서는 “억양에 따라, 대상에 따라, 상황에 따라” 온갖 의미들을 파생시키는 괴물 같은 단어. <그것에 관하여>는 엄연히 편재(遍在)하지만, 여전히 존재해선 안 되는 말, 누구나 말하지만 누구도 말해선 안 되는 이율배반의 단어 ‘Fuck’을 둘러싼 다양한 담화들을 모은 다큐멘터리다.

<그것에 관하여>는 먼저 외마디 만병통치어로서의 ‘Fuck’에 주목한다.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보았을 때 터져나오는 감탄사이자 반대로 극도의 좌절감을 느꼈을 때 조건반사처럼 튀어나오는 의성어이기도 한 ‘Fuck’의 다양한 사회적 용례에 대해 살펴본 뒤, 다큐멘터리는 ‘Fuck’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 논쟁으로, 온갖 마술을 부리는 ‘Fuck’의 언어적 기원으로, 15세기에 처음으로 언급된 뒤 수난과 복권을 거듭했던 ‘Fuck’의 역사에 관한 수다로 건너뛴다. 인터뷰들과 자료화면을 이어붙인 단조로운 구성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흠. 그러나 영화, 음악, 스포츠는 물론이고 게다가 공적 영역에 속한 정치인과 기업인들까지도(닉슨과 포드와 부시까지도) 중지를 홀로 세우며 ‘Fuck’이라고 말하지 않고서는 세상에 대한 발언이 불가능함을 증명하는 자료화면들을 일별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금기어이자 일상어인 ‘Fuck’에 대한 탐구의 마지막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한 가지. ‘Fuck’은 엿 같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 비타민이라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도 ‘Fuck’에 필적할 만한 ‘그것’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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