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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를 가지려는 시저의 후예들 <보르히아>
안현진(LA 통신원) 2007-12-26

로마를 가지려는 시저의 후예들, 이탈리아의 역사는 반복된다

체사레 보르히아. 마키아벨리는 그를 가장 이상적인 전제군주로 꼽았고, 혹자는 그 가문을 이탈리아 마피아의 전신이라고 한다. <보르히아>는 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황 알레한드로 6세 일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역사극으로, 이탈리아를 장악하려는 가문의 야심을 살인, 근친, 불륜 등 스캔들을 통해 보여준다. 15세기 말, 알레한드로 6세로 선출된 로드리고 보르히아(루이스 오마르)는 정부에게서 태어난 4명의 사생아를 바티칸으로 불러 가문의 권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영화는 장남 체사레(세르지오 페리스 멘체타)의 캐릭터에 무게를 싣는데, 승리를 열망하는 군인과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는 아들, 여동생을 향해 금지된 감정을 품은 오빠 등 다양한 모습을 조명해 유럽사 속 매력적인 인물을 스크린에 되살렸다. 동생 후안을 살해했다는 의혹 속에서 추기경의 옷을 벗고 속세로 돌아간 체사레는 ‘황제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Aut Caesar, Aut Nihil)는 문장이 새겨진 칼을 들고 공적을 세워 권세를 떨치지만, 주변 귀족들의 반발을 사던 가문은 알레한드로 6세가 독살당한 뒤 몰락으로 향하고 체사레도 타국에서 최후를 맞는다. <보르히아>는 사극의 웅장함보다는 코스튬드라마나 실내극의 느낌이 강한 영화로 전쟁장면이나 실외장면은 간결하게 연출됐다. 야사에 집중한 나머지 정사는 흐름을 종종 잊는데, 시간과 공간이 뒤섞여 혼란을 더한다. 짧게 끊어지는 현악기의 선율도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정점으로 이끌기엔 힘이 부친다. 부녀와 남매가 근친관계였다는 속설에 기대 루크레치아(마리아 발베르디)와 체사레는 지나치게 친밀한 남매로 그려졌고, 역사적으로 팜므파탈의 이미지가 강한 루크레치아는 가문을 위해 정혼을 거듭하는 희생양으로 묘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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