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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종교적 가르침을 재확인 <신과 나눈 이야기>
최하나 2007-12-26

스크린으로 만나는 신의 가르침

어느 날 당신에게 신이 말을 걸어온다면. <신과 나눈 이야기>는 미국의 강연가 닐 도널드 윌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신문기자,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등으로 활동하던 그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직장을 잃고 노숙자로 전락했으나, 삶의 밑바닥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고 그것을 5권의 책으로 펴내며 종교적인 가르침을 설파하는 강연가가 됐다. <신과 나눈 이야기>는 윌슨(헨리 제니)이 미국을 순회하며 강연회를 펼치는 모습과 신의 음성을 듣게 되기까지의 삶을 교차로 오가며 전개된다. “당신 안의 사랑이 바로 신(神)이다”, “영적인 일을 하는 이들이 정당한 보수를 받는 세상이 와야 한다” 등 연단에 선 그의 이야기와 객석의 환호를 나란히 보여주는 강연장면은 종교 방송의 중계 화면을 지켜보는 듯하다. 흥미를 주는 것은 윌슨이 노숙자로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공동 야영지에서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아가는 노숙자들, 버린 피자 조각을 뜯어넣어 끓이는 식사, 곡절 끝에 취업 면접 기회를 얻은 윌슨이 공중전화 앞에서 통보를 기다리며 애끓이는 장면 등은 최소한의 드라마적 굴곡을 살려냈다. 하지만 윌슨의 인생 역정에 감화될 만큼 영화는 설득력있는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왜 직업을 잃어야 하는지, 왜 하루아침에 집에서 쫓겨나 파산을 하는지, 듬성듬성 생략된 드라마는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좌절에 빠진 자에게 신이 손을 내민다’는 관념적 뼈대만 좇아가며 굵직한 신의 목소리로 매듭을 짓는 영화는 한 남자의 삶을 그리는 것보다는 익숙한 종교적 가르침을 재확인하는 데 목표를 둔 듯하다. 영화적 즐거움보다 신앙의 고취를 원하는 관객에게 알맞을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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