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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춤
2001-11-06

시사실/왕의 춤

■ Story

섭정모후와 재상에게 밀려난 루이 14세(베누아 마지멜)는 춤을 통해 자신의 욕망과 분노와 고독을 표현하곤 한다. 재상이 죽자, 루이 14세는 실권을 장악하게 되고, 왕정 음악가 륄리(보리스 테랄)는 왕실 극단의 연출자 몰리에르(체키 카리요)와 함께 왕이 절대군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보필한다. 성직자와 귀족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몰리에르의 희극이 말썽을 빚고 여론이 악화되자, 루이 14세는 자신의 절대권력을 보존하기 위해 몰리에르와 륄리에게서 등을 돌린다. ■ Review 오페라 같은 영화 혹은 영화 같은 오페라. 제라르 코르비오의 영화에서는 음악이, 특히 바로크 음악이 중요한 언어가 된다. 거세당한 남자가수의 욕망을 오롯이 담아내고(<파리넬리>), 권력이 거대한 공포이자 욕망이었던 루이 14세의 내면을 비추는 것(<왕의 춤>)은 음악이다. “나는 영화와 음악의 위험한 결혼을 장려한다. 음악이 더이상 부차적인 요소에 머물지 않는 영화를 지향한다.” 역사책의 한 챕터를 영화로 만들 때 한번쯤 고려해봄직한 그 ‘특별한 시도’는 <왕의 춤>에 이르러, 이제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제라르 코르비오의 고유 영역으로 접수된 것 같다.

<왕의 춤>은 이처럼 음악으로 다시 쓴 프랑스 왕정사다. 때는 “모든 사건의 발단이 권력과 음악의 관계”였던 루이 14세 통치기. 이야기는 왕의 곁을 지키며 최전성기를 구가한 음악가 륄리의 회상으로 진행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그의 일대기는 루이 14세의 야심과 고뇌를 부각하고 있다. 륄리의 음악이 루이 14세의 태양왕 이미지를 완성시키고, 루이 14세의 권력이 륄리의 음악에 힘을 실어준 것처럼, 이들은 예술적인 교감을 나누는 사이였을 뿐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했던 것. “태양은 혼자 빛난다”던 루이 14세의 독선에 물든 륄리는 몰리에르를 배반하지만, 륄리가 몰리에르에게서 돌아서는 순간, 왕 또한 륄리에게서 돌아선다. 버림받은 륄리의 말로는 “지상에 신성은 없다”는 왕의 쓸쓸한 깨우침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왕의 춤>의 커다란 성가는 17세기 궁정 음악과 무용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는 것. 륄리의 대표작 <밤의 발레>는 물론, 미발표곡까지도 발굴해 원전연주 전문가들에게 의뢰,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재현해냈고, 남성적인 힘과 상징성이 돋보이던 당시 궁중 무용까지 소개하고 있다. 루이 14세 역의 베누아 마지멜은 <피아니스트>로 올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륄리 역의 보리스 테랄은 이 작품으로 세자르 신인남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이들은 그 웅장하고 화려한 바로크 예술의 씨앗이 순수와 광기, 고독과 결핍감이었음을, 제대로 일러준다.

박은영 cine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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