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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고독한 싸움 <라 디스탄시아>
문석 2008-04-09

원죄의 형벌을 감내해야 하는 남자들의 고독한 싸움

‘거리 두기’란 비단 권투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빠른 잽을 날리며 상대방의 펀치를 피하다가 결정적 한방을 노려야 한다는 전략은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라 디스탄시아>의 주인공 마뉴엘(미겔 앙헬 실베스트르)은 이 같은 ‘거리 두기’에 실패한 사람이다. 권투에 재능이 있는 그는 암흑가의 친구와 어울리다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다. 면회차 방문한 부패경찰 기예르모(호세 코로나도)는 죄수 한명을 살해하지 않으면 결정적인 증거를 공개해 그를 평생 감옥에서 살도록 만들겠다고 협박하고, 마뉴엘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감옥에서 출소한 마뉴엘은 죄책감과 사랑이 절반쯤 뒤섞인 감정으로 자신이 죽인 죄수의 부인에게 다가서게 되고, 더 큰 음모의 수렁 속으로 빠져든다. 스페인의 신예 감독 이냐키 도론소로는 조직적인 음모와 여기서 빠져나오려는 개인의 사투, 욕망과 죄책감의 갈등을 싸늘한 밤거리 풍경과 피 튀기는 권투 경기장 속에서 누아르 스타일로 잡아낸다. 살인을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생존 본능을 실현해야 하는 마뉴엘은 어느 순간부터 잽을 날리기보다는 퍼붓는 펀치를 맞아가면서 상대에게 주먹을 날리는 인파이터로 변신한다. 하긴 어차피 인생이란 한방에 뒤집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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