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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 로맨스, 액션에 코미디까지 <나이트 버스>
안현진(LA 통신원) 2008-05-21

누아르 지수 ★★☆ 음악과 장면의 싱크로 지수 ★★★★ ‘프란츠’의 은근한 귀여움 지수 ★★★☆

“3살 때 은행을 턴” 전설을 간직한 미모의 여도둑 레이라(지오바나 메로지오노)는 평소처럼 남자를 유혹해 지갑과 여권을 훔친다. 우연히 훔친 지갑에서 발견한 보관함 열쇠는 그녀를 400만유로가 든 돈가방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는데, 사실 그 돈은 대기업 총수, 전직 정부요원 마테라, 마피아 가피아로가 오매불망 찾고 있는 마이크로칩에 걸린 포상금이다. 심각한 범죄에 끼어든 것을 직감한 레이라는 도주하고 때마침 지나는 야간 버스의 운전기사 프란츠(발레리오 마스탄드레아)가 맨발로 뛰어오는 그녀를 태운다. 위기를 모면한 레이라는 프란츠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는데 둘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누아르, 로맨스, 액션에 코미디까지 섞고 균형잡기에도 성공한 <나이트 버스>의 무게중심은 캐릭터에 있다. 소심한 주변인 프란츠와 대담하면서도 고독한 레이라가 티격태격 쌓아가는 코믹 로맨스에 마테라의 순애보가 더해져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잔인한 장면들은 순화됐다. 가피아로는 시종일관 관객을 웃기는 감초 같은 인물이다. 유부남 화가와 연애하는 딸 때문에 화를 내다가도 아내와 진한 키스를 나누는 단순한 성격은 “내 사랑~ 내 사랑~”, “나는 보스~ 나는 보스~”라고 전화 건 사람을 폭로하는 벨소리와 어울려 캐릭터를 제대로 희화화한다. 쫓고 쫓기는 기둥 줄거리 말고도 인물별 서브플롯이 있는데 플롯간 연결이 자연스러운 동시에 큰 그림을 완성하는 퍼즐 조각으로써 제구실을 톡톡히 하는 것도 장점이다. 영화는 세련된 모험을 감행하기보다는 안전한 행보를 택해 다소 진부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장면과 딱 들어맞는 배경음악과 조명 앞에 선 인물들을 실루엣 처리하거나 배경을 아웃포커싱하는 장면들이 그런 인상의 주범이다.

영화 초반 아직 두 사람이 만나기 전 프란츠와 레이라는 자신의 앞날을 내다보는 듯한 대사를 무심코 뱉는다. “공항역으로 가다보면 버스를 버리고 비행기에 타고 싶다”는 말과 레이라가 유혹의 기술로 사용하는 “도망치는 여자에게 내일이 없다”는 말이다. 하루살이처럼 앞을 내다보지도 뒤를 돌아보지도 않던 레이라와 백미러로 뒷좌석만 살피던 프란츠가 손을 잡고 하늘을 날게 될지는 영화에서 확인할 일이다.

Tip/ 장편 데뷔작으로 이탈리아의 아카데미 시상식 ‘다비드 어워드’의 신인감독상 후보에 오른 다비데 마렝고의 얼굴이 궁금하다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좌석에 앉아서 기다리자. 프란츠가 운전하는 버스의 앞문이 열리면 출연진과 스탭이 차례로 내리는데, 제일 먼저 나오는 키 큰 곱슬머리 남자가 마렝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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