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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 뮤직비디오 <필승 ver 2.0 연영석>
이영진 2008-06-04

사운드 지수 ★★☆ 감성 자극 지수 ★★★☆ 필승 의욕 고취 지수 ★★★★

연영석. 스스로를 문화노동자라고 부르고, 관객을 동지라고 부른다. “태어나서 가슴이 움직일 때가 세번 있었다”는 연영석은 한때 미술과 운동에 심취했다. 그리고 지금은 음악에 빠진 상태다. 물론 그의 관심 이동이 직업 변화를 뜻하는 건 아니다. 쉬지 않고 노래로 거리의 지친 노동자들을 위무하고,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그려 보여주니 말이다. 노동자뉴스제작단 출신으로 <꼭 한 걸음씩> <인간의 시간> <우리는 구본주가 아니다> <또 다시 봄> 등을 만들었던 태준식 감독이 방송사 비정규직 노조 주봉희 위원장에 이어 필승 시리즈 두 번째 주인공으로 주저없이 연영석을 택한 건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며 사회에 대한 고민을 증폭시키는 그의 끝모를 의지에 끌렸기 때문이 아닐까.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필승 ver 2.0 연영석>은 ‘민중가요 뮤직비디오’다. 청바지 봉제공장에서 일하며 저녁을 빵과 우유로 때우는 이주노동자 검구릉씨의 사연에 연영석은 <현실>을 읊조리고, 용역 깡패들까지 동원해 직장 밖으로 밀려난 레이크사이드CC 노동자들 눈앞에서 유유히 나이스샷을 날리는 자본가들을 향해 연영석은 <돼지 다이어트>로 야유한다. 이랜드 그룹의 외주용역화에 맞서 점거투쟁을 벌이다 경찰들에게 연행되는 홈에버 상암점 노동자들의 눈물에 연영석은 <밥>을 떠먹이고, 새빨간 거짓말에 속을 수밖에 없는 코스콤 비정규지부 노동자들의 싸움에 연영석은 그럼에도 <노란선 넘어 세상>에 가야 한다고 응원한다.

그렇다고 <필승 ver 2.0 연영석>을 과거 집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민중가요 리믹스 영상이라고 넘겨짚어선 곤란하다. 이 다큐멘터리의 긴장은 외려 노래와 투쟁이 잠시 멈춰섰을 때 더 고조된다. 기본 코드조차 짚지 못했던 연영석은 어떻게 무대에 서서 노래할 수 있었을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는 데만 익숙했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투쟁을 외칠 수 있었을까. <필승 ver 2.O 연영석>은 나직하게 귀띔한다. 연영석의 노래처럼 <간절히> 원하면 된다고. 그러면 흥에 겨워 연영석의 마이크를 빼앗아 후렴구를 부르는 공연장의 그녀처럼, <니가 시키는 대로 다 할 줄 아냐>고 부조리를 향해 힘껏 외칠 수 있는 용기가 솟을지 아느냐고 말이다.

<필승 ver 2.0 연영석>은 매끈한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태준식 감독은 자신이 연영석이라는 인물에게 어떻게 빠져들었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 또한 때론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합적인 구성이 아니라고 해서 그걸 흠이라고 꼬집을 수는 없다. 감독은 거부감이 일지 모를 구구절절한 설득과 논리를 일절 끌어들이지 않는다. 다만 연영석의 노래로 관객에게 다가가 내기를 건다. 우리 모두가 검구릉이고, 우리 모두가 태준식이며, 우리 모두가 연영석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는 감독의 수수께끼는 그래서 흥미롭고, 더 자극적이다.

tip/다큐멘터리를 보고 연영석의 노래가 더 듣고 싶다면 상영관인 인디스페이스 앞에 마련된 간이 판매대에 꼭 들를 것. CD를 구매하기에 호주머니 걱정이 앞선다면 www.lazyblood.com에서 다운도 가능. 돈벌이보다 세상을 웃게 만드는 게 더 급선무라는 연영석 동지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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