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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순지를 향한 지독한 짝사랑 <아오이 유우의 편지>
강병진 2008-06-04

아오이 유우의 미모 지수 ★★★★★ 섬마을 주민의 오지랖 지수 ★★★★ 눈물 공감 지수 ★★

“엄마가 편지할게.” 이 말만 남기고 도쿄로 떠난 후키(아오이 유우)의 엄마는 정말 편지만 보낸다. 7살이었던 후키가 18살 여고생이 될 때까지 매년 생일이면 도착하는 엄마의 편지는 그리움만 더해놓는다. 14번째 생일날 배달된 엄마의 편지에는 “20번째 생일날 모든 걸 설명해주겠다”는 약속이 적혀 있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 달려가고 싶지만 우체부인 할아버지와 다케토미란 섬에서 단둘이 살고 있는 후키는 할아버지의 반대로 섬을 나갈 수 없다. 할아버지를 위해 마늘장아찌를 만들고 죽은 아버지가 남기고 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생활이 반복되던 어느 날, 후키는 가출을 감행한다. 도쿄에 가서 사진공부도 하고 엄마를 찾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편지 겉봉에 찍힌 우체국 소인만으로 엄마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이 흘러 후키의 19번째 생일이 찾아온다. 어김없이 배달된 엄마의 편지에는 뜻밖의 내용이 적혀 있다. “20번째 생일날,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만나자.” 어엿한 딸이고픈 후키는 그날 이후로 엄마에게 보여줄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아오이 유우의 편지>는 <무지개여신>을 연출한 구마자와 나오토 감독의 작품이다. <무지개여신>은 이와이 순지 감독이 기획, 각본, 제작을 맡았던 영화. 그보다 1년 전에 제작된 <아오이 유우의 편지>는 이와이 순지를 향한 구마자와 나오토의 지독한 짝사랑을 드러낸다. 이와이 순지의 작품에서 끌어온 정서와 분위기는 곧 이 영화의 소재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와이 월드’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은 아니다. 기교를 과시하던 이와이 순지의 영화에 비해 반전을 드러내는 방식은 담담하지만, 감정의 표출은 훨씬 더 강압적이다. 오히려 흥미로운 건 반전이 아닌 후키가 살고 있는 다케토미란 섬이다. 영화는 이 섬의 특징을 설명하고 시작한다. “쌀도 나지 않는 척박한 땅. 그래서 서로를 돕는 마음이 그 어느 곳보다도 강한 섬.” 마을 주민들은 후키를 위해(혹은 영화의 반전을 위해) 10년 넘게 비밀을 공유한다. 그리고 20번째 생일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키에게 각종 음식과 과자, 술 등을 차례로 갖다주며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어쩌면 영화의 서사를 가능케 하는 가장 강력한 캐릭터가 이 섬일 것이다. 노을빛에 물든 해변과 빨간색 우체통이 홀로 서 있는 항구 등 시종일관 다케토미 섬의 풍경을 놓치지 않는 <아오이 유우의 편지>는 멜로드라마이기 전에, 로케이션 유치산업의 표준모델이 될 만한 영화다.

Tip/다케토미 섬에는 매일 아침 6시면 섬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청소를 하는 의식이 있다. 촬영진 또한 자고 있든 촬영을 하고 있든 아침 6시가 되면 빗자루를 들어야 했다. 이 풍습은 영화의 후반부에 그대로 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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