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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지 못했던 존 레논 <존 레논 컨피덴셜>

‘피스’ 지수 ★★★★ ‘레볼루션’ 지수 ★★★★ ‘러브’ 지수 ★★★

포스트 비틀스 시절의 존 레넌에 관한 이 다큐멘터리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그의 모습이 담겨 있다. 비틀스를 사랑하던 팬들은 오노 요코를 만난 이후 솔로로 활동하는 존 레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일본의 마녀가 존 레넌을 미치게 만들었다” 같은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비틀스 시절의 음악을 그리워하는 마음에다 기가 센 동양 여성에 대한 거부감 등이 혼합된 반응이었다. 데이비드 리프와 존 셰인펠드 감독은 존 레넌에 관한 진실을 알리는 동시에 미국 정부가 한 개인에게 행한 폭력을 고발하려는 의도로 이 다큐를 제작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원제는 ‘미국 대 존 레넌’(The U.S. vs John Lennon)이다. 1980년 마흔살에 생을 마감한 존 레넌은 비틀스 시절부터 언론과 싸워왔다. “영국에서, 적어도 10대에게는, 예수보다 비틀스가 영향력있다”라는 말이 “우리가 예수보다 낫다”라는 타이틀로 둔갑되는 요지경에 대해 존 레넌은 결코 침묵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온 개성있고 의식있는 퍼포먼스 아티스트 오노 요코와의 만남에 대해 존 레넌은 “비로소 진짜 목소리를 얻었다”라고 설명한다. 둘은 자라온 환경이 달랐지만 같은 기질을 갖고 있었기에 만나자마자 서로 통했다. 오노의 감성은 존 레넌을 매혹시켰고, 존의 의식은 점점 진화되었다. 반전평화운동가로 거듭난 존은 오노와 함께 자신들의 메시지를 알리는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쳤다. 과도한 형량을 받은 운동가를 위해 석방 촉구 공연을 하는 등 음악은 그가 펼치는 활동의 가장 중요한 무기였다. 존 레넌은 동명의 앨범 발매에 맞춰 “전쟁은 끝났다”(War is Over)라는 문구를 전세계 11개 도시의 옥외광고판에 노출시켰고, 그가 베트남전 반대 시위를 위해 작곡한 노래 <평화의 기회>(Give Peace A Chance)는 반전운동의 상징적 노래가 되었다. 존 레넌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젊은 층의 호응이 높아갈수록 초조해지는 쪽은 닉슨 행정부였다. 닉슨은 FBI를 통해 존 레넌을 감시하게 하고 기밀 서류를 만들어 보고받았다. 그럼에도 그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었던 닉슨 정부는 급기야 강제 출국이라는 무리한 카드를 내민다. 하지만 출국통지서를 받은 존과 오노는 굴복하지 않고 승산없는 재판을 벌여 마침내 5년 만에 승리한다.

존 레넌은 자신이 유명한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활용해 반전운동을 펼쳤다. 존은 오노와 함께 “침대 평화 시위(Bed-in)”를 벌이면서,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생활에만 관심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이용해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밝힌다. 이 다큐에는 오노 요코는 물론이고 60, 70년대 닉슨 행정부 인사에서부터 극좌파 운동가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와 존 레넌에 관한 기록필름들이 함께 편집되어 있다. 다큐 속 어느 여기자의 지적처럼 존 레넌이 실제로 구한 사람은 한명도 없을지 모르지만, 그가 외친 “무관심”이야말로 가장 나쁜 것이라는 주장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한 구호이다.

tip: 존 레넌에 관한 다큐이니 당연히 음악이 중요하다. 그러나 비틀스 시대 이후 존 레넌의 노래라면 <이매진> <러브> 정도만 알고 있는 관객에게 여기에 수록된 음악들은 다소 낯설 수 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40곡 중 37곡이 비틀스 이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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