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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리즈의 확장판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
박성렬 2008-08-13

오컬트 지수 ★ 테마음악 지수 ★★★★ 멀더와 스컬리 회춘 지수 ★★★★

<엑스파일>은 잘 포장된 프랜차이즈 상품이다. 멀더와 스컬리, 개성 강한 두명의 FBI요원은 콜롬비아의 마약왕을 일망타진하는 대신 서류상 X-파일로 분류된 미해결 사건의 미스테리를 추적한다. 조사는 매번 난관에 봉착하는데 사람들은 숨고 정부는 속이기 때문이다. 진실과 거짓, 은폐와 의혹이 교차하는 와중에 초현실적인 사건들이 거짓말처럼 눈앞에 펼쳐지고 두 주인공은 머리를 감싸쥐며 “진실은 저 바깥에 있다”(The truth is out there), “아무도 믿지 마라”(Trust no one), “나는 믿고 싶다”(I want to believe) 따위의 대사를 읊조린다. 고민은 딱 거기까지. 음울한 멜로디와 깊은 숙고의 분위기는 양념이고 본질은 롤러코스터다. 심각한 고뇌가 아니라 짜릿한 호기심이 시리즈를 지배한다. 멀더와 스컬리의 발자국을 따라 진실을 향해 죽 걸어나가다 보면 야릇하게 생긴 B급영화의 초능력자와 괴수들이 고개를 들이민다.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는 충실하게 프랜차이즈의 룰을 따른다. 시작점은 역시 초자연적인 미스테리다. 눈덮인 서머셋의 숲을 지나 집으로 돌아온 FBI요원이 실종된다. 신통력을 가진 조셉 신부의 도움으로 발견된 것은 잘려나간 팔 뿐이다. 난관에 봉착한 FBI는 멀더와 스컬리를 소환한다. 의사라는 본업에 충실하던 스컬리는 FBI의 요청을 받고 옛 파트너를 찾아가지만 멀더는 세상과 담을 쌓고 굴조개처럼 틀어박혀 있다. 둘은 서로 불안해하는 상대를 설득하면서 조셉 신부와 함께 의문의 실종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시리즈의 안팎으로 적잖은 시간이 흘렀지만 다시금 과거의 역할로 돌아가는 데 깊은 고민은 없다. 돌아온 멀더와 스컬리는 거듭된 회의에도 결국에는 옛날의 역할로 돌아와 열심히 미스테리를 좇으며 FBI 역시 묵은 앙금을 재빨리 풀어버린다. 퍽퍽한 현실을 살아가느라 이미 적잖이 늙어버렸을 <엑스파일>의 관객에게는 안 될 말씀이다. 당위성없는 스릴은 케케묵었다는 걸 다들 안다. 다시 돌아온 극장판의 완성도는 새로운 시즌의 파일럿을 길게 늘여놓은 느낌이다. 긴장과 감동의 균형이 딱 TV시리즈 시절 그대로다.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지 않다>는 시작부터 결승점까지 적절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낭비하지 않고 달려가는 마라톤이다. 넓은 스크린에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고 용을 썼던 1998년의 극장판과 비교하면 깔끔하고 실속있다. 커다란 UFO에서 걸어나오는 외계인과 더 넓은 지하 기지가 나타나지 않아 아쉬울 뿐, 기대치를 낮추고 보면 팬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멀더와 스컬리의 가면을 쓰고 열심히 뛰어가는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질리언 앤더슨이 보인다.

tip/시리즈를 늘상 봐왔던 팬이라면 아쉽겠지만 98년의 극장판과 비교해 스케일도 줄었고, 드라마 요주의 인물의 깜짝 출현도 줄었다. 그러나 막바지에 구원투수로 나타나는 그분의 등장에는 가슴을 쓸어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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