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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같은 삶 <젤리피쉬>
김성훈 2008-08-13

우연적인 사건 지수 ★★ 바닷가 휴가 지수 ★★★ 세편의 단편영화 세트 지수 ★★

아무리 절실하게 원하고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있는가 하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뜻밖의 행운이 찾아드는 일도 있다. 삶은 그런 것. 그리고 <젤리피쉬>는 그런 의미의 삶을 그려내고, 의미를 찾는 영화다. 여기 세 여자가 있다. 한 여자 바티야(사라 애들러). 남자친구한테서 이별 통보를 받고 집에 오니 천장에선 물이 샌다. 설상가상으로 집주인은 집세를 올리겠다고 하고,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결혼식장에서는 상사한테 혼이 난다. 이처럼 되는 일이 없는 바티야에게 어느 날 허리에 튜브를 낀 5살 꼬마가 나타나고, 얼떨결에 아이를 맡게 된다. 또 한 여자 케렌(노아 크놀러). 결혼식 날, 다리를 다친 덕분에(?) 카리브해로 낭만적인 신혼여행을 떠나는 대신 바닷가 앞 허름한 호텔에서 보내게 된다. 그러나 악취, 소음,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스위트룸으로 바꾸려 했지만 스위트룸은 이미 어느 여류작가 차지. 케렌은 남편 미카엘이 그 여류작가와 호텔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모습을 오해하여 그녀를 질투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여자 조이(마네니타 드 라토레). 필리핀인 조이는 가족을 필리핀에 두고 돈을 벌기 위해 이스라엘에 왔다. 간병인이 된 조이는 연극배우 딸을 둔 고집불통의 할머니 말카를 맡게 된다.

영화에서는 이 세 여자의 이야기들이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된다. 물론 할머니 말카의 병원에서 바티야와 조이가 부딪히는 장면처럼 주인공들이 한 프레임에 모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하나의 큰 주제 아래 3개의 플롯이 독립적으로 전개된다. 거기에다 연극처럼 배우들의 동선을 ‘프레임 인/아웃’으로 설계하는 촬영은 각각의 에피소드에 해파리처럼 삶을 부유하는 느낌을 더한다. 게다가 사진 속의 인물이 움직이는 장면은 <아멜리에>가 연상될 만큼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자칫 어둡고 쓸쓸하기만 하는 이야기에 <라 비앙 로즈> 같은 음악은 희망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제60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의 데뷔작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을 받았을 때 <젤리피쉬>는 많은 언론으로부터 ‘에피소드간의 자연스러운 연결’, ‘치밀한 구성’ 등의 호평을 모았다. 그러나 과연 그런 호평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는 논란거리다. <젤리피쉬>의 에피소드들은 인과관계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 아래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자기 순서가 오면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식이다. 그것은 감독이 말하는 ‘마술 같은 삶’이란 주제가 구체적이지 않고 광범위하게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tip/부부 감독인 에츠가 케렛과 쉬라 게펜의 모습을 극중 확인할 수 있다. 에츠가 케렛은 조이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찾아간 인력사무소의 담당자로, 쉬라 게펜은 미카엘과 말싸움을 하게 되는 호텔 여직원으로 출연한다. 극중 아이스크림 장수로 나오는 할아버지는 에츠가 케렛의 실제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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