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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호흡과 분위기의 스릴러 <멜로디의 미소>
김성훈 2008-10-29

멜라니 로랑 매력 지수★★★★ 뒷심부족 지수★★★ 징그러운 특수효과 소품 지수★★★

사건은 바로 시작된다. 어머니의 시체를 발견하고 두려움에 떠는 소녀, 운전하다 우연히 돈다발을 든 행인을 치고 돈을 챙겨 도망가는 두 남자, 누군가에 의해 유괴당한 맹인소녀. 세 이야기들이 교차로 전개된다. 그리고 이 중심에 유괴사건만큼은 누구보다도 열성적인 여형사 루시(멜라니 로랑)가 있다. 그녀는 바로 맹인소녀 유괴사건에 투입되고, 돈다발을 든 행인이 죽은 뺑소니사고가 맹인소녀 유괴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죽은 행인은 맹인소녀의 아버지로 딸을 구출하기 위해 돈을 준비해 범인에게 건네주러 가는 길이었던 것. 이때 이야기의 시점은 루시에게서 뺑소니 범인인 두 남자로 이동하여 그들의 일상, 불안한 심리를 보여준다. 시점이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두 남자가 돈을 챙기는 것을 목격한 정체불명의 인물로까지 이동한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며 물고 물리는 사건을 그려낸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알프레드 로트 감독은 다소 복잡한 구조를 느린 호흡으로 차근차근 전개한다. 그래서 주인공과 범인의 관계가 단선적으로 흐르는 전형적인 스릴러 구조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호흡과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삶은 원숭이 시체, 오싹한 느낌의 인형 소품을 이용하여 ‘맥거핀’(떡밥)을 쌓아올리는 솜씨 또한 신인치고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딱 영화의 중반부까지만 해당된다. 감독은 루시, 범인, 뺑소니범의 이야기를 동시에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후반부로 갈수록 억지로 봉합하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가령,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는 루시의 유년 시절 트라우마를 플래시백(과거회상)으로만 보여준다거나 예상보다 빨리 모습을 드러내는 범인의 범죄동기가 너무 추상적이다. 그래서 영화의 전반부에 애써 쌓아놓은 긴장감이 너무 일찍 무너진다. 조금 더 욕심을 냈더라면 꽤 괜찮은 스릴러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 여러모로 아쉽다.

tip/주인공 루시 역의 멜라니 로랑은 다재다능한 배우다. 홍콩영화 <해남계반>(1994)에서 프랑스 유학생으로 데뷔한 그녀는 <잘 있으니까 걱정 말아요>(2006)로 세자르상 신인여배우 부문에서 수상했다. 게다가 자신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단편 <점점 더 적게>(2008)로 올해 칸영화제 단편영화 경쟁부문에 올라 감독으로서의 재능도 인정받았다. 그녀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차기작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에서 브래드 피트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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