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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에 알맞게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
박성렬 2008-12-24

필리핀 홍보 지수 ★★★★ 크리스마스 지수 ★ 솔로에게 왜 또 이런 리뷰를 지수 ★★★★

따뜻함이 절실해지는 겨울이다. 허허로운 날씨 아래 서 있다 보면 옆의 빈자리를 메우고 싶게 마련. 개봉일과 영화의 시간 설정을 크리스마스이브로 모두 맞춘 <로맨틱 아일랜드>는 수요에 알맞게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다.

알고 보면 속사정은 마냥 로맨틱하지 않다. CEO 강재혁(이선균)은 재산과 직위를 가졌지만, 차가운 성격 탓에 눈총을 받는다. 중소기업의 직원 이수진(이수경)은 햇살처럼 건강한 여자지만, 그녀의 가정은 남동생의 학비를 대기에도 벅차다. 마찬가지로 여가수 유가영(유진)은 무대에서 멋진 쇼맨십을 선보이지만 과다한 관심 속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고, 젊고 건강한 청년 정환(이민기)은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입사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다.

이들이 필리핀으로 떠나는 것은 마땅한 해결책이 있어서가 아니다. 차라리 경치를 위안 삼아 모래사장에 꿈을 묻고 오기 위해서다. 아버지를 증오하는 재혁은 필리핀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 때문이라기보다 회사 안에서의 차가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듯 보인다. 여기에 중년가장 박중식(이문식)은 뇌종양 선고를 받고 보험금을 노린 자살여행을 떠난다. 문제의 매듭을 맺지 못한 수진과 가영, 민기 역시 막연하기는 마찬가지다.

영화는 여섯 남녀가 여행지에서 싹틔운 사랑을 통해 서로의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가벼운 터치로 그렸다. 표적 관객은 물론 연인들이다. 감독은 사건의 디테일보다는 연인들이 만족할 커플 숏 연출에 공을 들인다.

상업영화에 요구되는 만듦새는 훌륭하다. 감독이 <투사부일체> <B형 남자친구>에서 보여준 코미디 연출 실력은 <로맨틱 아일랜드>에서도 여전하다. 배우들도 큰 무리없이 어울린다. 각자 가장 성공적이었던 연기를 다시금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민기의 푸념은 언제나처럼 앙증맞기 그지없고, 이선균의 날카로운 모습 역시 푸근하게만 느껴진다. 장면도 하나하나가 여행책자에서 막 튀어나온 듯 아름답다. 필리핀 관광청의 협조 덕분이다.

tip/<커피프린스 1호점>의 음악에 마음이 끌렸다면 이번에도 놓치지 말자. 티어라이너가 <로맨틱 아일랜드>의 O.S.T 작업에 참여했다. 유진도 삽입된 콘서트 장면에서 노래 실력을 한껏 자랑한다. 다만 SES 시절의 히트곡을 들을 수 없다는 점은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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