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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좋은 짝패, 노인과 아이 <버터플라이>
안현진(LA 통신원) 2009-01-14

synopsis 독거 노인 줄리앙(미셸 세로)은 포획이 어렵기로 유명한 나비 ‘이자벨’을 찾으러 일주일 동안 캠핑을 떠난다. 줄리앙에게는 사흘을 살고 죽는 이자벨을 꼭 잡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여행에는 골치 아픈 동행이 따른다. 윗집에 사는 8살 소녀 엘자(클레어 부아닉)가 자동차에 몰래 숨어들어서는 같이 가겠다고 고집이다. 엄마에게 말도 안 한 주제에 엘자는 발칙하기까지 하다. 모르는 것은 무엇이든 질문하고, 다리 아프다 배고프다 칭얼거림이 많다. 한편 엘자의 엄마는 아이가 유괴됐다고 생각해서 경찰에 신고한다.

노인과 아이는, 영화에서 좋은 짝패다. 죽이 척척 맞아서라기보다 티격태격 아옹다옹 쉴새없이 다툼을 벌이는 꼴이 우습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세대 차로 인한 의사소통의 불편은 단골 메뉴처럼 소재로 쓰이지만, 늙으면 아이가 된다는 말처럼 영화의 끝에 가서 둘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사이가 된다. <버터플라이>의 주인공 줄리앙과 엘자 역시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저보다 60년은 더 살았을 줄리앙에게 “늙은 티 팍팍 난다”고 지껄이는 맹랑한 꼬마와 “아궁이에 넣어 태워버리겠다”고 아무렇지 않게 공갈치는 노인은 이 영화를 ‘감동이 가득한 결말’로 이끄는 지극히 영화적인 캐릭터다.

제작연도에서 6년이 지나 개봉하는 <버터플라이>는 2009년의 관객에게는 다소 심심한 영화다. 악역의 부재는 다시 말하면 입체적 캐릭터의 부재로 읽히며, 오해와 긴장이 없는 드라마도 마음 졸일 필요없는 대신에 평이하고 간간이 지루하다.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엘자의 가출은 유괴사건으로 왜곡되지만, 선의를 오해받은 노인이 고초를 겪는 것은 상영시간으로 약 30초간 수갑을 차고 있을 때뿐이다. 줄리앙과 엘자의 우정 쌓기보다 관객의 마음을 끄는 것은, 노인이 이자벨이라는 나비에 집착하는 이유다. 밤낮을 일해야 하는 25살의 편모, 라는 엘자의 사연이 설명할 것 없이 제시되는 데 비해 줄리앙의 숨겨진 이야기는 후반부에야 밝혀진다.

하지만 이 뻔할 정도로 착한 영화의 매력은 스크린을 수놓는 남부 프랑스의 경관이다. 촬영감독 니콜라 헤르가 포착한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초록을 사용한 점묘화처럼 청량하면서도 따뜻한 초봄을 그대로 담아냈다. 2007년 세상을 떠난 미셸 세로의 연기도 훌륭하다. 퉁명스럽지만 속정 깊은 할아버지를 리듬감있게 연기한 덕분에 아역배우의 귀여움이 두드러진다. 나비를 불러모으기 위해 광목을 친 스크린 뒤에서 줄리앙이 펼치는 그림자극은, 번데기가 나비가 되는 장면과 더불어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인공 꼬마도 귀엽다, 영화 시작하고 20분 정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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