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변변찮은 유위강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트랩>
정재혁 2009-01-28

synopsis 연방보안국에서 성범죄자들의 관리를 담당하는 보안국 요원 에롤(리처드 기어)은 어느 날 자신의 관할 구역에서 10대 소녀가 실종됐다는 뉴스를 접한다. 단순한 가출사건으로 결론을 내린 경찰당국과 달리 연쇄납치사건의 일부라 판단한 그는 직감으로 사건을 추적하고 범인은 에롤을 함정으로 유인한다. 한편 에롤의 후임으로 보안국에 들어온 앨리슨(클레어 데인즈)은 잔인하고 거친 일에 회의를 느끼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에롤의 수사에 합류한다.

<무간도> 시리즈의 유위강 감독이 할리우드에 건너가 만든 첫 번째 영화 <트랩>은 성범죄, 유괴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물이다. 그는 자신의 장기인 미로 같은 이야기로 영화를 시작한다. 마을을 하루에도 수차례 오가는 기차와 그 기차 사이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여기서 이어지는 연방보안국 사무실의 풍경. 영화는 도입부터 사건의 단편을 잘라 늘어놓듯 이야기를 풀어간다. “옷장을 열어보지 않아 소녀를 죽였다”고 죄책하는 에롤은 보이지 않는 과거과 현실 사이에서 미스터리한 존재고, 에롤의 퇴임이 사임인지 해임인지 모를 보안국 내의 분위기도 수수께끼다. 여기에 에롤이 찾아다니는 13명 용의자들의 사연까지 더해져 <트랩>은 무수히 많은 과제들을 산더미처럼 쌓아간다.

<트랩>은 기본적으로 수사물의 공식을 따른다. 에롤과 앨리슨의 구도는 고참과 신참이 등장하는 경찰물의 구조이기도 하다. 다만 <트랩>에선 수사의 대상이 성범죄자가 되면서 다소 복잡한 과정이 더해진다. 절대악의 존재, 다할 수 없는 죄의 값을 인정하면서 영화는 에롤의 정신상황을 또 하나의 트릭으로 사용한다. 법, 원칙과는 별개로 용의자들을 “패서 죽이고 싶다”고 말하는 에롤은 필요 이상으로 사건에 집착한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영화는 스스로도 함정에 빠진다. <트랩>은 파헤쳐나가야 할 사건의 이모저모를 에롤의 머리 안에서 반쯤 해결한 뒤 보여준다. 관객은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에롤에게 감정이입한 뒤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스릴러물과 사이코드라마를 오가면서 영화의 긴장감, 힘이 떨어지는 셈이다. <데이지> <상성: 상처받은 도시> 등 <무간도> 이후 하향곡선을 타기 시작한 유위강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변변찮은 작품으로 출발선을 끊었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