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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연장선, <나의 로맨틱 가이드>
정재혁 2009-08-26

synopsis 그리스 역사를 전공한 조지아(니아 바르달로스)는 그리스의 대학에 취업했다가 해고돼 졸지에 여행가이드가 된 신세. 그녀는 미국 대학으로 돌아가기를 오매불망 기다리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여행가이드로서도 그리 유능한 편은 아니다. 그리스 역사와 유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오히려 관광객에게 따분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뿐이다. 견디다 못한 조지아는 가이드를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마지막 여행객들과 1주일간 일정을 동행한다.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어브(리처드 드레이퍼스)와 운전기사 푸피(알렉시스 조고리스)를 알게 되면서 조지아는 슬슬 일에 보람을 느끼게 된다.

<나의 로맨틱 가이드>는 한눈에 보기에도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연장선 위에 놓인 영화다. 미국을 배경으로 그리스인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렸던 <나의 그리스식 웨딩>과 달리 이 영화는 그리스로 무대를 옮겼지만, 시끌벅적하고 즐거우면서 로맨틱하기는 마찬가지다. 니아 바르달로스가 그 로맨스의 중심에 자리한다는 사실 또한 비슷하다. 물론 그리스의 여행가이드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엄청난 차이점을 의미하긴 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그리스의 곳곳, 이를테면 파르테논 신전, 아크로폴리스, 델포이 등 대표적인 관광지들을 극장요금만으로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얘기.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 영화의 전개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더라도 짐작이 가능하다. 조지아가 괴물 보듯했던 운전기사 푸피가 사실은 꽃미남이라든지 몰상식하고 인정머리 없어 보였던 관광객들도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들이라거나 뭐뭐.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그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여행에 관한 몇 가지 진실이다. 교양있는 여행객을 자처하는 이라면 인정하기 싫겠지만, 첫 번째 진실은 대개의 여행객은 관광지에 대한 권위있는 해설보다는 흥미진진한 야사를 좋아한다는 사실, 두 번째는 따분한 여행지에 가기보다는 기념품 쇼핑을 훨씬 즐긴다는 점, 세 번째는 동성 커플 또는 혼자 온 여행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뜨거운 밤을 나눌 상대라는 것 등이다.

사실 그 ‘진실’이란 사람들의 솔직하고 소박한 마음에 다름 아니다. 조지아는 이 여행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할 때만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나의 로맨틱 가이드>가 알려주는 여행에 관한 가장 핵심적인 진실. 그건 마음씨 넉넉한 어브의 존재처럼 여행이란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다. 단체여행 떠나기 전 보면 좋을 법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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